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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택한 길

(에세이) 무엇을 믿어야 하나?

by 황윤주

무얼 믿어야 좋을까?

나는 이 명제를 놓고 많은 생각을 했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만의 종교를 믿으며 살아간다.

물론 특별한 종교가 없이 살아가는 분들도 있다.

누구의 강요로 믿는다기 보다는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경향이 더 짙다고 생각한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 다를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나의 경우는 그렇다.


나는 고등학교 다니는 삼 년 내내 기독교를 믿었었다.

그 이유는 학교가 미션스쿨(mission school)이었기도 했었고, 친구 따라서 교회를 가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그랬음에도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친구들과 처음으로 간 곳이 있었다.

지금은 오래되어 흐릿한 기억 때문에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으나 대략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맹인이 점을 보는 곳이었다.

그분이 일러주신 몇 가지를 그땐 그냥 흘려들었었다.

하지만 살면서 그분의 말씀이 가끔씩 떠올랐다.


그 시절 은행에 다니고 있던 내가 같이 근무하는 언니로부터 천주교 성당을 한번 같이 가자며 제의를 해왔다.

나는 호기심도 있었고, 뚜렷이 믿는 종교도 없었기 때문에 자유롭게 따라나섰다.

그리고 미사를 드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언니가 다른 지점으로 발령이 나면서 서로 바쁘다 보니 그 후에 흐지부지 되었었다.

그런 후 특별한 종교를 갖거나 믿지는 않았었다.

그러던 내가 결혼을 한 후에는 시어머님을 따라서 점집을 다니기 시작했었다.

어머님 단골 무속인의 집이었다.

해마다 음력 정월이면 연례행사처럼 다녔었다.

그러면서 내가 사는 집에서도 굿을 몇 차례 하기도 하고, 그곳에서도 굿을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님께서 자꾸 빠지면 안 된다며 마음이 바뀌셔서 같이 절에 다니자고 하셨다.

그래서 어머님과 함께 인근에 있는 절을 다니기 시작하였다.

몇 년을 그렇게 다니는 와중에 주지스님께서 돌아가셨고 그 후로 발길을 끊었었다.

물론 혼자 길을 가다 절이 보이거나, 산에 가서 절이 있으면 대웅전에 들러 절을 하고 오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종교에 대한 관념이나 신념을 특별히 염두에 두지는 않았었다.

그냥 힘이 들면 힘이 드는 대로 부대끼며 살았었다.


살다 보니 우여곡절도 많았다.

고난에 고난의 연속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찾아왔다.

그래서 언니의 권유로 잘 본다는 점집을 다시 드나들기 시작했었다.

그러다가 자꾸 믿으면 더 빠져들 것 같은 생각 때문에 참고 견디며 점집 출입을 그만두었었다.

몇 년을 이를 악물고 살았다.

언젠가 이 고통이... 이 힘듦이 지나가겠지 하면서.

그러나 내 삶의 역경과 고통은 끝이 안 보였다.

마치 출구를 찾을 수 없는 미로 속을 헤매는 것 같았다.

돈 깨질 것 다 깨지고,

아플 것 다 아프고,

몸은 계속 망가지고,

정말 미련하다 싶게 살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답답한 마음에 이유라도 알자 싶어 이곳저곳 용하다는 점집을 다시 다니며 물어봤다.

그중 한 곳을 다시 다니기 시작했었다.

많은 고민 끝에 무속 신앙을 믿게 되었다.

물론 다른 종교를 믿고 계신 분들은 이해 못 할 줄 안다.

쉽게 납득이 안 될 수도 있다.

믿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나의 경우는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과 조금 다르게 느껴졌을 뿐이다.

그래서 지금은 나와 잘 맞는 점집을 다니고 있다.

음력 초하루, 한 달에 한 번 찾아가 촛불을 켜고 잘 되기를... 무탈하기를 빌기도 하면서.

그렇게 하면서부터 점차 집안에 평온이 찾아왔고 마음의 안정도 찾게 되었다.

그렇다고 하여 다른 종교에 대해서 배타적이거나 하는 마음은 없다.

어느 종교든 그곳에 가면 그곳의 법칙에 따라서 적절하게 행동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종교든 특별히 선입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다만 하고픈 얘기는,

자신에게 맞는 종교를 선택해서 믿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종교가 없어도 무방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요즘 나는 가장 편하고 안정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물론 집안도 편안하다.

그렇게 끊임없이 이어지던 우환도 다 지나갔는지 평온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집이 어딘지는 밝히지 않으려 한다.

혹여라도 그분께 누를 끼칠 수도 있을지 몰라서.

단지, 그분을 배려하는 마음에서다.


인생을 살면서 자신만의 종교 하나쯤은 갖고 살아가도 좋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너무 지나치거나 맹종하는 경우만 아니라면.


살면서 지치고 힘들 때 위안을 삼을 수도 있고,

지혜를 얻을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어려운 문제도 해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레 내 의견을 감히 말해본다.


마지막으로,

모든 사람들이 편견 없이 소신 껏 각자에게 맞는 종교를 갖길 바라며, 종교가 없다 하더라도

개의치 말고 살아갔으면 한다.

모든 사람들이 불행 없이 좋은 일들만 있기를 바란다.

건강하게 행복한 삶,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길 희망한다.

어디선가, 누군가가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무얼 믿어야 좋을까?'를 두고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쪼록 자신에게 맞는 좋은 선택을 하길 바란다.

그런 마음에서 나의 경우, 나의 경험을 조심스럽게 적어 보았다.

모두가 건강하고,

즐겁고, 행복한 삶이 깃들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모두가 아름다운 삶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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