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새로운 인생을 살아 보자
세월은 젊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어느 할머니의 초췌한 모습이 내 마음 한 구석을 찡하게 만들었다.
젊어서는 곱고 건강한 몸 이었겠지?
아마 젊어서는 가고 싶은 곳을 마음껏 다니셨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두 다리가 모두 아프셔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집 밖에도 겨우 나오신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인간의 한계를 다시금 느낀다.
주름진 얼굴과 손을 보면서 세월의 무상함마저 느끼게 한다.
순간, 미래의 나를 연상케 하는 것은 왜일까?
지금 현재 내 건강 상태를 보면 다분히 그런 요소가 농후하다.
아무래도 그래서 일거란 생각이 든다.
하늘이 주신 가장 소중한 보물, 건강이지만 사람이 살면서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또한 건강인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병이 들어 아픔으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등져야 하는 가슴 아픈 일들이 생긴다.
저마다의 사연은 다르지만 결국엔 같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 모두가 직면하게 된다.
그것이 인간의 한계다.
기계를 많이 쓰면 고장이 나듯, 사람의 몸도 한 해 한 해 다르게 여기저기서 삐걱거린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병도 가지가지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희귀병들로 인해 한순간에 삶이 무너져 내린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 더니 딱 그 짝이다.
세월을 붙잡을 수도 그렇다고 젊음을 붙잡을 수도 없다.
그저 마음만 청춘일 뿐이다.
비록 세월 속에 묻혀버린 젊음이지만 노여워하거나 슬퍼하거나 애달파하지 말자.
애써 태연한 척 하지도 말자.
그냥 물 흐르듯 흘러가는 대로 내 몸을 맡기며 살아보자.
다시 못 올 젊음이지만 가을날 곱게 물든 단풍처럼 아름답게 젊음을 물들여 보자.
그런 후에 또 다른 세월 속에서 나를 꺼내어 보자.
그리고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해 보자.
다시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자.
곱고 아름다운 빛을 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