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서로 사랑하는 마음
사랑해서 만났고,
사랑해서 결혼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인생이란 게 자로 잰 듯 그렇게 살아지는 것은 아니다.
살면서 삐걱거리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고,
즐겁고 행복한 날들도 있지만 슬프고 고통스러운 날들도 있기 때문이다.
삶이 복잡해지면서 서로 소원하게 되고 마음이 멀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면 그냥 형식적인 일상과 삶이 반복되고 진부해지면서 상대방을 향한 감정도 시들해진다.
조금 더 심하면 대면대면한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사는 동안 마음 변하지 않고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세월이 가면서 연애시절 마음은 온 데 간데없고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마음보다는 정으로
산다고들 한다.
굽이굽이 삶의 굴곡을 넘고,
인생의 희로애락을 겪으면서 미운 정도 쌓이고 고운 정도 쌓이게 마련이다.
그렇게 서로에 대한 감정이 켜켜이 쌓여가면서 사랑의 무게보다는 정의 무게로 더 기울어지는 것
같다.
각지고 모난 돌들이 물에 씻기고 깎이어 둥근 자갈돌이 되듯,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로 살다 보면 둥글둥글 해지는 것 같다.
물론 갖가지 이유로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크나큰 위기가 두 번이나 있었다.
그때마다 번번이 법원 업무 시간이 끝나 되돌아와야만 했지만...
서로 화해하면서 가까스로 그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헤어질 운명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 당시 남편의 시간 끌기 의도도 살짝 있었다.
도저히 함께 살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일들도 한 고비 넘고, 두 고비 넘고, 스무고개 하듯 그렇게 살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몸도 마음도 젊은 시절 풋풋한 사랑만큼은 아니지만 진한 곰국처럼 잘 우려진 정이 가득 담겼다.
미운 정, 고운 정, 눈물, 콧물 다 담긴 삶이 노년의 인생 그릇에 오롯이 담겨 가끔은 추억의 보따리
풀듯 하나씩 꺼내어 얘기하곤 한다.
이제는 서로 소중하고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서로를 향한 존재의 이유가 명확해졌다.
자식들이 다 결혼하고 둘만 남다 보니 지난날을 조용히 되돌아보고 회상하면서 더욱 실감하게 되었다.
산전수전 다 겪어본 바로는 결코 넘지 못할 인생고개, 넘지 못할 산은 없는 것 같다.
그 순간의 화를 잘 참아내면 인생은 또다시 물 흐르듯 지나감을 깨달았다.
끝이 보이지 않았던,
고난의 연속이었던 삶도 끝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삶, 새로운 운명도 내 앞에 펼쳐짐을 알았다.
미운 정, 고운 정으로 쌓아 올린 탑도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더 견고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이러한 과정 없이 처음부터 순탄하게 잘 살고 좋은 탑을 쌓으신 분들도 있을 것이다.
다만 하고픈 얘기는,
살아가는 동안에 서로 잘못이 있다면,
"용서하고, 배려하고, 아껴주고, 사랑하며 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다.
죽도록 미워했던 마음도 시간이 지나면서 희석되는 것처럼.
옛 어른들께서,
"미운 정도 정이다. 나이 들면 다 정으로 사는 거지." 하시던 그 말씀이 이 나이가 되고 보니 공감이 간다.
다 정리되면 나와 이혼하겠다던 남편도 이제는 스스로 철이 들었다고 한다.
이제는 나 없이 못 산다고도 한다.
이렇게 내 옆자리,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 참 많은 세월이 흘렀다.
요즘 들어 말없이 지난날의 자신을 돌아보면서 자신이 해온 행동들을 후회하고 반성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와 마찬가지로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었다며 남은 여생을 함께 잘 살아보자고 한다.
이렇듯, 힘든 과정 다 지난 지금은 고요하리 만큼 평온하다.
마음의 자유도 얻었다.
새롭게 삶의 활력도 생겼다.
그래서 지금도 조금씩 못다 이룬 꿈을 이뤄가고 있다.
서로 선택한 것을 잘했다고, 잘한 선택이었다고 말할 만큼 편안해졌다.
누군가 나처럼, 어쩌면 나보다 더 많이 힘든 삶을 살아가시는 분들이 있다면 부디 힘내십시오.
그리고
미워하는 마음이 있다면,
용서하려는 마음도 한 번 가져 보십시오.
힘든 마음을, 고통의 마음을 조금씩 내려놓다 보면 힘듦이 서서히 살아질 것입니다.
초연한 마음까지는 안 되겠지만 세월이 가면서 알게 모르게 무뎌질 것입니다.
상대방을 미워하는 마음이 크면 클수록 자신의 상처가 더 도드라지고 커질 수밖에 없는 것처럼,
용서하는 마음을 갖는 순간 스스로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