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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작가 선영 Nov 18. 2019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날에 드로잉

글 가는데 그림 간다.

시간이 무의미하게 흘러가네요.
그런다 해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왜 그런 날이 있잖아요.
그래도 뭔가 해야 할 것 같아서 분주하게 움직여요.
그래도 여지없이 생산적인 사건은 일어나지 않아요.
시간이 자꾸 흘러가네요.
손에 잡히는 것이 없고, 책도 마음에 들어올 리 없어요.
뭐지?
왜 갑자기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지?
전시가 끝나고 마임이 이유 없이 공허 해져서 그런 줄 알아요.
그래도, 그런 날에도 전 삶은 흘러가잖아요.
그럴 땐 그림을 그려보세요.
내 마음의 시간을 잡고 나를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면요.
내 삶을 덤덤하게 지켜줄 거예요.
내 마음을요.

글을 쓰고 싶은데 글이 잘 써지지 않는 날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요?
글을 쓰는 것보다 그리 어렵지 않아요.
연필을 잡고 생각이 시키는 대로 그리면 손은 저절로 움직이잖아요.



언제 그림을 그렸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요?
잘 그려지지 않는다고요?
못 그렸다고요?
부끄럽고 남사스럽다고요?

그렇군요. 그럴 수 있죠.
글은요? 혹시 글은 잘 써지시나요? '누가 글이 이게 뭐냐고' 나무라나요?
그림도 그래요. 아무도 나무라지 않죠. 나무랄 수 없어요. 그림은 내 마음을 그린 그림 언어잖아요.
괜찮아요. 그냥 마음 안에 그림으로 인해 따스함이 느껴졌다면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랍니다.

우린 좀 닮았나요?
호리병에 들어가고 싶은 기분이 들었어요. 보는 순간 접힌 몸이 생각났죠. 미소가 지어졌어요. 그리고 당장 그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그렇게 하루 종일 무얼 해도 손에 잡히지 않고 신난 하더니 웬걸 종이 한 장에 연필 한 자루를 가지니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어요. 자연스레 글도 써지네요. 아마 글만을 쓰려고 책상 앞에 앉았다면 여전히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를 하다가 완성하지 못했을 거예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마음에 갈필이 잡히지 않아서겠죠.
하지만 그림이 눈앞에 보이는 순간 기분이 말끔하게 정리되었어요. ‘그래, 내가 하는 일이 그림을 그리며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고 싶은 일이었다면, 직접 경험한 것들을 일상에서 이야기하자’라고 생각했죠. 머리에 전등이 켜지는 기분이에요.
하루 종일 야릇했던 기분이 30분의 드로잉으로 편안함을 돼 찾았네요.

제 생각에 공감이 된다면 한 번 호리병 모양의 아이를 연필로 따라 그려 보세요. ^^
내 마음을 지키는 것은 바로 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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