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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작가 선영 Nov 20. 2019

좀 특별해지는 그리기

관찰과 사고표현

빙하 밑면

2019.11.19. 화


오늘은 저와 조금 특별해지는 드로잉르 해 보실래요?

위에 사진은 흔히 볼 수 있는 자연풍경 사진이라고 해보죠.

'참 놀랍고, 신비롭고, 아름답네요'라며 그냥 지나칠 수 있어요.

저런 곳도 있구나. 이것도 멋지고 저것도 멋지다. 가 전분죠.


무심코 스치고 지나가는 자연들이 그렇고, 봐도 봐도 그게 그거인 것 같은 도심 속 생활들이 그래요. 사진에 담아도 보지만 그때뿐이지요.

인터넷 세상엔 없는 것이 없고, 언제라도 보고 또 볼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가봐요. 그래서인지 가슴 한편에 담아둘 필요가 없기도 해요.

하지만 그림을 그리면 세상에 많은 존재가 좀 특별하게 보여요.

마음에 창에 비추어 세상을 담아내려면 아무리 사소한 것에서도 우주를 발견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예술가들은 알고 있지요.

언제고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예술이란 세상의 기준이라는 경계를 지나 나의 고유성이 보편적 아름다움으로 체화되는 거예요.

다시 말해 내 멋대로의 그림 세계를 세상 사람들이 공감하고 감동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을 좀 더 섬세하게 바라보지 않을 수 없어요.

끝이 볼일 때까지 보고, 느끼고, 그려내야 해요.


그럼 다시 그리기로 가보죠.

사진은 빙하가 뒤집어져 나타나는 푸른색 빙하산이에요.

저는 빙하산을 보는 순간 인체가 산이 되는 생각을 했어요. 제 신랑의 별명 중 하나가 '산이 움직인다'인데요.

주말 늦게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는 모습을 보고 산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어요.

아들아이가 그렇게 뒤집어쓴 이불 위로 올라가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고 드롱잉 한 작품을 보면, 언제고 미소가 지어져요. 그 모습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감성에 젖게 되죠.



그 경험이 제게만 특별하게 느껴지고 표현되어서는 안 돼요. 그래서 작가들은 가급적 나의 경험이 감상자에게 적적할게 보이도록 무던히 애를 쓰죠. 때론 하나의 작품을 위해 수십 번의 연습을 통해 만들어지기도 해요. 그럴 때면 보고 또 보고 원리를 파악하고, 이미지를 정확히 형성하기 위해 연습하죠.

다시 한번 보세요. 그 경험을 토대로 파란 산을 거대한 몸으로 표현했죠.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표현이지요. 빙하산을 제가 평소에 그리던 엄마의 몸과 일치시킨 거예요. 형식이 비슷할 수는 있지만 스토리는 비슷할 수 없어요. 늦잠을 자는 아빠의 몸에서 비롯된 산의 이미지를 엄마품이 대신한 거죠. 이럴 땐 사실 아빠의 몸이든 엄마의 몸이든 구별 지을 필요는 없어요. 엄마이기도 하고 아빠이기도 한 샘이죠. 이렇게 작가에게 자기만의 눈과 마음이 존재해요. 독창적이라면 독창적인 것이요. 그래서 작가들의 삶은 조금 특별하기도 하고, 알 수 없기도 해지죠.


그리곤 마무리는 엄마의 품에 기댄 아이를 그려주었어요. 같은 그림도 엄마의 크기에 따라 엄마가 되기도 하고 산이 되기도 하죠. 어때요? 평소에 이런 상상들을 표현하는 경험들이 있으셨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일상작가이시네요. 연필을 잡으면 좀 더 특별한 그리기가 펼쳐질 거예요.


그림을 설명하는 것처럼 진부한 것이 없다고 하는데, 자칫 그림을 설명한 것이 되어 버려 지루하시지는 않았는지 우려도 되네요.

빙하산(몸이 대지, 산이 되다)
산에. 기대기
산을 안아주기
펜 드로잉/피그먼트 0.05

산호. 산호가 되다.

크기가 달라진 것만으로도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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