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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작가 선영 Dec 25. 2019

치사랑

온전한 사랑





엄마작가 선영


홀연 한 하루입니다.
아무 일 없이 평온한 하루에 홀로 걷는 길은
가볍고 미소 짓는 발걸음입니다.

그런 제 모습을 멀리 떨어뜨려서 바라봅니다.
그런데 뭔가 조금 석연치 못한 빛깔입니다.

당당하지 못함인가요?
해맑게 마냥 편안하지 못함인가요?
부족함에 대한 걱정도 불안도 아닌 미묘한 불편함입니다.

천천히 걸으며 발걸음에게 묻습니다.

뭐지? 뭘까?

이 석연치 않은 기분은. . .


크고 작은 심상들이 거치고 나니 저 아래에 잠들어 있던
그림자가 몸을 드러 내나 봅니다.
나의 실체려니 합니다.

그림자의 실체를 발견하노라면, 어떤 이유에서건 솔직해지기로 합니다.

겨울빛 포근한 햇살은 어둠 깊숙이 잠들어 있던 이야기들까지 깨워냅니다.
가려지지도 숨을 수도 없습니다.

마음에 모래 알갱이 같은 녀석은 무언가요.
여전히 씻어야 할 빗이 한 가득입니다.


걱정을 늘어놓지 않습니다.
오늘 마음은 내가 더 그림 앞에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닦아내는 마음입니다.


사랑을 전하고자 내 사랑을 한가득 줄지어 늘어놓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무언가 빠져있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내 어미에 대한 사랑을 지나 효입니다.
늘 죄송함을 가슴에 쌓아 둔 미안함입니다.
그리고 나니 13년 함께한 시어머니에 대한 죄의식이 더 크게 올라옵니다.
제가 생각하는 사랑이라는 그림 앞에 오늘 나의
모순이 결국 문을 두드립니다.


언젠가
친정엄마와 10여 년을 같이 살다가 엄마가 돌아가시고 분가를 하신 중년의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빨래를 너는데 내 가족 것만 빨아 너는 기분이 참 묘하게 좋았다고 합니다.
온전한 가족에 대한 달란함이었겠지요.


아주 작은 것 아주 작은 것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작은 행복 말입니다.
한 번도 제게는 허락된 적 없는 제 삶에 행복입니다.
그 안에서 싹튼 죄의식을 이제는 스스로 정리할 때가 돼갑니다.






죄를 씻지 않으면 겨울빛 햇살에 늘 어둠을 들켜버리는 엄마 작가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 어둠에는 참 어마어마하고 무서운 감정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때론 그 죄를 왜 내가 쥐고 있어야 하는지 늘 불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더 큰 시련과 싸워 더 원대한 꿈을 이루게 하심에 제게 주어진 시험이라는 것을요.

오늘 이 숙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10년이 흘러 제가 더 힘들어하면 더 큰 배움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해 보기로 합니다. 오늘 제가 갖은 문제를 큰 은혜로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아주 큰 선물이라 마음먹겠습니다.


전 아주 큰 선물을 받은 행운이 가득한 사람입니다.
이 한 줄에 참 기운이 나고 심장에 새로운 피가 흐르는 느낌입니다.
작은 희망을 키워봅니다.

내리사랑이라는 단어가 생각났습니다.
당연하다 생각했던 내리사랑이 오늘은 좀 다르게 다가옵니다.
내리사랑이란 결국 짝사랑이 아닌가?
반 쪽짜리 사랑말입니다.
저는 오늘 치사랑을 떠올려 봅니다.

내가 사랑하는 신랑을 낳아주고 내 부모가 나를 기르 듯 똑같이 사랑하며 키운 시부모에 대한 사랑말입니다.
그것이 온전한 사랑입니다.
그래야 제 무의식까지 행복해질 수있습니다.
그래야 제가, 그림이 온전한 사랑을 세상에 전합니다.

불안정한 것이 인간이라지만 마음에 미움만은 키우고 싶지 않은 바람입니다.
그것이 제가 그림 앞에 설 수 있는 힘입니다.
누구에게도 거짓을 보이고 싶지 않은 작가의 예의입니다.
오늘도 글과 함께하는 사색으로 몸에 독소를 닦아냅니다.






엄마작가 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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