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대학원 생활은 30대 중반을 훌쩍 넘어서 시작됐다. 어쩌면 대학원 전 과정에 비해 그 시작에 오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석사와 박사 코스웍 기간이 총 4년이었고, 마지막 반년은 박사 논문을 만드는 일에 집중했다. 그러고 나서도 2년 반이 흘렀으니 총 7년이 지났다. 이 기간 학위 논문 2권 이외에도 13권의 학술지 논문과 저널에 다섯 편 정도의 글들을 써냈다.
원래의 나는 반나절 이상 집에 있으면 안달이 나는 성격으로, 여행이나 새로운 곳을 찾아 나서기가 일쑤인 사람이었다. 오후 3시가 지나면 오늘이 그냥 아무 의미 없이 저물어 가겠구나! 하면서 조바심을 내는 그런 성격이다.
그러던 내가 대학원을 간 이후 해가 뜨던 저물던, 수요일이든 토요일이든 책상의 붙박이처럼 앉아서 뭔가를 써대는 것을 마치 태어난 사명처럼 감당하고 살게 됐다.
사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그해 대학원 문을 두드리기 전까지도 단 한 번도 대학원이란 곳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대학 졸업 후 마땅히 갈 곳 없는 친구들이 가는 유예지 같은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생각은 나의 편협한 경험에 뿌리가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공부와 학습을 구분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지금도 공부 잘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편견이 있는 어딘가에서는, 이 놈의 공부를 교과과정을 잘 마치고 나서 대학을 잘 가거나, 전문직 시험을 치르는 능력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
단언컨대 대학원 공부는 학습은 아니다. 그래서 누구라도, "나도 대학원 한 번 가볼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학습을 그다지 잘 못하더라도 혹은 암기를 잘 못하더라도 두려워하지 말기 바란다.
내가 경험하기로 대학원은, 학부 시절에 배운 교과서에서 배운 흐릿한 학술적 개념을 다시 분명히 해보고, 선행연구를 통해서 또 다른 재미있는 의문을 갖고 자기만의 생각을 한 점이라도 갖고 가지치기를 해보는 연구활동의 시작이 아닐까 한다.
그리하여 지금 대학원 진학을 통해서 새로운 시작을 하려는 누군가에게 나의 경험이 작은 도움이 되기 바라며 그간의 추억들과 변변치 않은 노하우를 정리해서 나눠드리고자 한다.
시작할 때는 이 길이 내 길인지 아닌지 모른다.
하지만 "해봄직한 것"에 투자하기를 바란다. 어디 한 번 가볼까? 힘들어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길이어야 가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활력도 얻는다. 해봄직한 것인지 아닌지 판단이 안 선다면 이 글을 통해 나와 같이 "죽어라 한 번 후회 없이 해보자"인지, "아, 저 정도는 아니고 절반만 하더라도 내 앞길에 도구는 되겠구나?" 싶은지 구분해 보시기 바란다.
죽어라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누군가에게는 목적지이거나 본업이 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거쳐가는 길로 충분히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3월의 봄 햇살이 돌아오고 있다. 목적지가 아니더라도 배움의 길을 선택하고 한 발 내딛게되면 이 시간은 반짝반짝 빛날 것이다.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