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세상을 슬기롭게

그냥 나에게 맞는 템포로 살아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는 이유


너무나 자주, 그리고 쉽게 평가받는 세상이라 그런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멀리서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인생인데, 정해진 교육과정을 마치면 알 만한 직장에 입사해야 하고, 때가 되면 결혼해야 하고, 첫째 낳으면 둘째 낳아야 하고, 그 모든 일에는 언제나 그럴싸한 이유가 있다.


습관적으로 방어벽을 치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이 있다. 먹고 사느라, 자기가 있는 환경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언제나 동일한 것이 문제이고 자기는 괜찮은 것이다. 이러한 자기 방어는 근래 자신과 자신의 목표에 대한 사회의 지독한 평가에 대한 반응이기 쉽다. 거절받은 자아는 좌절과 분노를 만들지만, 엉뚱한 사람에게 자신을 화를 표출하고 나서야 통제력을 회복했다고 착각하게 된다.


쉽게 모멸감을 느끼게 되고 자주 평가절하 당하게 만드는 사회일수록(그것은 경쟁사회이다.) 우리는 쉽게 상처 받고 쉽게 화낸다.* Matha Nussbaum(철학자)


요새 국내 심리학에서는 자신감과 자존감을 구분하는 것이 엄청난 자기애의 회복의 프레임인 듯 하지만, 성취 경험이 없을수록 자존감은 떨어지게 돼있다. 자신감 없이 자존심이 어찌 높아질 수 있겠는가.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성취 경험이 많다. 자기 인정이 빠르고 자신의 상태를 환경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그리 흔치않다. 일반적으로 그들은 "그래, 내가 좀 그런 것 같아. 그런데 나는 왜 그럴까?, 지금 내가 어떻게 하는 게 필요할까?"라고 먼저 대꾸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알게 되고 한 걸음 더 빨리 발전한다. 남들에게 이렇게 저렇게 비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신의 삶을 보이는 게 자기표현이요, 건강한 자랑이 된다.


무엇을 원하는지 알려면, 해봐야 안다. 그리고 자신이 불편한 이유를 분석해야 한다. 환경을 백날 탓해봤자 거기서 무엇을 원하는지가 나오지는 않는다. "우리 상사가 지독하고 다들 싫어하는 사람이야! 다들 그렇게 느껴!"라고 해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다. " 우리 상사를 도저히 견디기가 힘든데, 그래서 내가 집중할 수 있는 일에 진보가 수 없어, 그러니 나는 스스로를 위해 다른 선택을 해야겠어"라고 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일상의 불만족, 불안


일상의 불만족이 계속되면 불안의 감정이 쌓인다. 바로 흔히 말하는 스트레스의 핵심인 것이다. 외부 환경에 자기 상태를 맡기다 보면, 쉽게 불안에 빠지게 된다. 그렇지 않고 의도적으로 내가 원하는 무엇, 언제 시작할지, 어떻게 해볼지에 관심을 더 쏟다 보면 집중력이 생긴다. 외부로부터 자신을 통제하는 힘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준다. 요새는 이직을 자주 하는 것은 자기 가치를 끌어올리는 하나의 방법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환경의 변화를 통제하는 힘은 스스로의 삶을 평온하게 해 준다.


스스로 변화를 준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인간이 물리적인 존재임을 자각하는 일이다. 주말에 즐거운 일 하는 정도로 본업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해결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직장의 환경이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불안을 만드는 요인이 된다면, 그곳을 떠나거나 아니면 직장을 취미로 다닐 만큼 다른 곳에서 자아를 찾는 것이 도움이 된다. 부캐*가 있는 사람들이 행복하고 생상적인 것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서 자기 부여를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다만 부캐를 갖는 일도 쉽지는 않다. 본업에서 드라마틱한 변화를 만들 만큼 능력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니까,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 많은 투자를 필요로 한다.


이처럼 자기를 지키고 평온의 바다로 가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목표와 실행계획은 생각만큼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루에 한 가지씩, 아침에 30분 일찍 일어나서 명상하거나 스스로를 만나는 시간을 갖는 일, 점심에 30분 개인 시간 갖는 일, 저녁에 30분 일찍 퇴근해서 혼자 시간 갖는 일 등 등, 작지만 확실한 투자로 시작될 수 있다.


* 부캐, 원래 게임에서 부캐릭터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 일상생활로 사용이 확대되면서 '평소의 나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모습이나 캐릭터로 행동할 때'로 일컬어진다.


@ 늘 찾게 되는 제주 금능의 바다 옆 마을로, 내가 좋아하는 전망이다. 에메랄드 빛 바다와 돌담으로 길과 집을 구분한 마을의 지붕은 각기 다른 색깔과 소재를 갖고 있다.


우리의 성향과 특색도 이렇게 다 다를 텐데, 모두가 쥔 빨간 풍선이라서, 풍선 갖기에만 맘을 쏟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사람들이 다 사라지고 나서도 나만 홀로 일 때도 빨간 풍선이 머릿속에 떠나지 않아야 그 풍선을 원하는 것이라고 한다.

삶의 위대한 변화와 기쁨은, 조급한 마음과 외부의 탓으로 쉬이 돌리는 오만함이 아니라

하루하루 발을 내딛는 인내와 세상을 견뎌내는 관대함에서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