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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하고 건드려 줬을 뿐

군계일학 여인초

여름이라 집에 있는 식물들이

거침없이 성장해가고 있다.

몇 년 전 남편이 3천 원에 구매 여인초의

새 잎이 또 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 주소를 잘못 안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사이즈가 남르다.

여인초는 새잎을 펼치기 잎을 돌돌 말아 대를 만드는데,

하늘을 찌르듯이 길고 뾰족하태새를 갖추다가 이윽고 준비가 되면 말린 잎을 쫙. 치곤 한다.

이 정도면 서재에 있는 큰 여인초의 잎이라고 해도 믿을 지경이다. 잎이 너무 커서일까. 낑낑대고 절반만 펴지는 것 같길래 가까이서 보니 잎의 나머지 부분은 뭔가에 걸려서 펴지를 못하고 있다. 러다 날개를 펴지도 못하고 찢어질지도 모르겠다.


나머지 잎들과는 월등히 큰, 연두연두한 큰 잎이 펼쳐지지 못하는 것을 보자니 내 맘이 동요했다.


아마 식물 자체의 막 같은 거고, 스스로 뚫어야 할 것 같기도 했지만 이러다 잎이 두 개로 갈라지거나 그래도 펴보지도 못할 것 같아서, 손가락으로 '툭'건들어주었다.


밤이 지나 아침이 되자 완전한 큰 잎이 펼쳐졌다.

역시!


때로 재능을 갖고 있지만

시기와 환경에 걸려  활짝 기지개를 못 켜는 세상의 여인초들에게 한 번의 툭.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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