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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숲속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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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시간처럼

성장하는 사람의 시간

숲은 대단한 나무들로 가득 차 있다.

백년의 시간을 내가 안기라도 하듯이

두 팔 벌려 안아보려 하지만, 내 팔로는 안되는 나무를 만나면

알 수 없는 경이감 마저 든다.

나무는 특히 겨울에 세포분열이 위축되지만, 그때야말로 세포벽이 두꺼워지는 기회이다. 진한 나이테가 있는 나무와 그렇지 않은 나무는 그 위엄이 다르다.


누구 탓이랄 것도 없이 사람들이 모이는 어떤 구도에서는

지독하게 마음고생을 하고, 등을 맞댄 누군가는 또 나름 치열한 싸움을 치르고 있게 된다.

가끔 인생이 그럴 수 있다.

이직, 공부, 가정일 등등 각자의 장은 달라도

누구나 인생의 모퉁이 길에서는 앞으로 못 나가고 헤매고 있을 때가 있다.


퇴근하고 나서도 밤에는 누군가의 공부를 돕거나

주말을 반납하고서도 책상에 붙어서 뭔가를 해야 했던 근래의 시간들이  딱히 의미를 주진 못하다. 하지만 버텨가는 겨울과도 같은 기분이다.

이 시기 누군가는 비행기를 타고 면접을 보러 가기도 하고

어느 날의 나는 비행기를 타고 가장 좋아하는 섬에서 가족 아닌 타인들과 생일을 보내기도 했지만,

동행한 선배 교수님이 나의 상황을 안타까워하시면서 생일 선물을 보내주시는 바람에

가슴이 뭉클하기도 하였다. (재밌는 점은 그녀도 나도 사실, 이런 기념일에 특별한 선물은 원하지 않지만, 아끼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못 참는다는 것이다)


얼마 전 의사 면허를 가졌지만, 간단한 응급처치도 할 수 없는 46세의 아줌마가 돼버린 한 여성의 정체성 회복 과정을 그린 드라마가 있었다. 드라마의 절정 무렵, 주인공이 중대한 수술을 앞두고 곧 사회로 나갈 자녀들에게 편지로 남긴 메시지가 기억이 난다.

"먹고 싶은 것을 먹고, 하고 싶은 것을 하다가

기분 좋게 잠들고, 상쾌하게 일어나기 바라"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바람직하지만, 늘 그럴 수는 없어서 인생은 의미 있다.


대체로 밝고, 여유가 있고 행복한 날들이 많은 인생이지만, 움츠러들었던 날들이 필요하다.

그런 날의 반복이 있어야만 근사한 나이테를 갖게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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