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에서 북쪽으로 4시간가량 가면 도착하는 김연아 선수도 극찬한 토버모리(Tobermory)! 가 나온다.항구에서 피쉬앤칩스를 먹고 나서 꽃병섬(flowerpod island)에 가는 것도 좋겠지만, 브루스 페닌슐라 국립공원에서의 그루토(Grotto)는 자연 안에 존재하는 천연 놀이공원이었다!
공원입구에서 미리 예약한 주차장 정보(온라인 예약으로 CD로 25-30 정도)를 말하면, 주차 장소를 안내해준다. 이때 정말 미국 영화에 나온 몸좋은 경찰관 언니가 유머러스하게 응대하는데, 이 또한 내겐 너무나 비현실적인 광경이다. 이후 국립공원에 도달하면, 산책길이 이어진다. 여기 산책길은 제주도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페닌슐라 국립공원은 자연 그대로의 공간이지만, 안전을 위해 인원 관리를 하는 것 같았다. 바로 그루토의 시간을 위해서! 주어진 4시간 동안 충분히 지상낙원과 같은 이곳을 즐길 수있다.
@그루토(Grotto) 절경
스위스의 자연과 비견될까?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좋은 곳이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뷰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얼마나 알려져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경우엔 토론토에 가족이 있어 방문할 기회를 얻은 것이기 때문에 감사할 뿐이다.
여전히 와닿지 않지만, 이곳은 바다가 아니라 호수이다. 겨울에는 얼음이 떠다닐 정도인 북반구의 수온으로, 8월에도 들어가기 망설일 정도로 충분히 차갑다.
가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라더니, 어느덧 겁쟁이가 돼버린 나에게
물을 좋아해 일단 바닷물이라도 들어가고 보는 나이지만, 발이 안 닿는 곳으로의 수영에는 늘 큰 결심이 필요하다. 어디를 둘러봐도 라이프가드나, '어디까지는 가면 안 된다'는 깃발 같은 것은 없었기 때문일까.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동생말대로 자연인인 척했던 나의 삶은 허세로 밝혀졌다. 안전 지향 한국인/도시시스템 공주인 인간인 나는 불안해서 쉽게 뛰어들지도 바위에 올라가지도 못했다.
@Grotto는 인종도 나이도 성별도 무관한 지상낙원이구나^^
사람들은 절벽?으로 보이는 곳도 거침없이 올라가서 즐기는데, 행여나 떨어지면 어떻게 해?라는 생각으로 나는 조심조심(벌벌~하면서 안전해 보이는 곳만) 발을 내디뎠다. 바위고 물이고 아무렇지 않게 동화되는 동생 가족에게 "이리와!"를 외치는 내 모습이 참! 하지만 조마조마하다.
토버모리 숙소 근처만 해도 어마무시한 용기가 필요했는데, 그루토에서 나는 너무나 겁쟁이가 돼 버린 것이다.안전불감증이 아니라 안전도취증인가.
수영을 제법 잘하는 조카가 나의 용기 지수에 대한 총평을 내렸는데, "음, 이모는 만약의 위험 가능성을 통계를 내리고, 그 가능성이 10프로 미만이어도, 그 작은 수치를 현실로 고려해서 가능성을 0으로 만들어요. 위험한 일은 하지 않는 거죠!"였다.
이제 5학년이 되는 너의 진단이긴 하지만! 요새 나의 판단력에 진지하고 정확한 진단 아니겠니? 정말 그랬다. 행여나 벌에 쏘일까 봐. 행여나 발을 헛디딜까 봐. 눈앞에 황홀한 에메랄드 빛 광경이 펼쳐졌는데도 나는 망설인 것이다. 실제 지금의 나의 인생을 보면, 두 손에 먹을 것을 쥐고, 하나가 없으면 어떨지 내려놓지 못하는 것 같다. 잔을 비워야 하는데, 그 잔을 시원하게 비우지를 못하고 있다. "잔에 물이든 포도주든, 사이다든! 물 잔에 비워야 뭘 넣든지 말든지 하지 얘야!"라고 신이 말하는 것 같다.
30살의 내가 기억이 난다. 지금보다 더 가진 것이 없어도 보장되지 않는 항해를 위한 결정을 했다. 어찌 보면 지금보다 더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면서도! 선배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의기양양 안전핀을 뽑아버린 그때를 추억해 본다.
@ 가는 곳마다 보여주는 신의 메시지
@토머버리와 라이언스헤드, 사블 비치
@꽃병섬으로 가는 배가 정박한 항구
아무튼 다시 이곳 그루토에 올 때는 발이 닿지 않는 곳에도 첨벙! 할 정도의 용기와 수영 실력을 갖추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