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중독자의 엄마로 살아온 10년, 쉼표를 찍으며
충격적인 날이었다. 어느덧 10년이 지났지만 큰아들의 도박 문제가 발각된 그날의 기억은 뚜렷하다. 어쩌다 보니 들통이 난 것이지 시작은 그보다 앞섰을 것이다. 이 조차도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그게 뭐 중하랴.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다. 발각되었어도 당장 그만둘 수 없고 그만두지 못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문제가 터져 발등의 불부터 꺼야 했으니까. 겉으로 드러난 것만으로도 정신이 혼미한테 점점 드러나는 것들은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소설에서나 있을 법한 일인 내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이 정도일 줄이야, 도대체 어디가 끝인 거야.
납득이 가지 않고 돌이킬 수 없다면, 이건 비극이지.
먼저 도박중독에 대해 알아봐야 한다, 중독이 병이라는데 치료약을 구해야지, 자식을 살리려면. 수렁에서 건져내려면.
집단상담, 개인상담, 재정상담, 가족집단모임, 정신과 상담...... 닥치는 대로 막무가내식으로 해재낀 것들이다. 처음이라 그러면 되는 줄 알았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건 내 불안을 견디지 못한 몸부림에 불과했다. 정작 당사자는 태평한데, 그것이 오랜 시간 누적된 무감각과 무기력함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해도. 성인이 된 아들, 본인의 일인데 마치 내 일인 양 내가 설쳐댔다. 단순한 실수나 한때의 잘못이라고 볼 수 없는 중독을 처음엔 몰랐고 그래서 만만하게 봤던 것이다. 무척 어리석고 무척 순진했다.
아들은 이제 서른 중반이다. 어느 날 갑자기 병이 생겼으니 낫는 것도 어느 날 짠하고 치유되면 좋으련만. 그런 기적이 있었으면. 그런 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아는데도 아들의 낯빛, 눈빛이 변하고 일상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 닥치는 대로 잡히는 대로 붙잡고 싶어진다. 제 자식이 낯설고 어색해질 수도 있구나. 이런 애가 아니었는데, 이렇지 않았는데, 어쩌다가......
달리 할 게 없어서 글을 썼다. 속을 터놓지 못해서, 말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 알게 된들 좋을 게 없을 것 같아 종이에 대고 말하기 시작했다. 10년 묵은 보따리를 풀어헤치자 눌리고 쪼그라든 마음에 빛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다행히 글쓰기가 만들어낸 틈으로 바람도 불었다. 물불 가리지 않고 들끓던 마음도, 안간힘도 차츰 사그라들었다. 발등에 떨어진 불 말고 발등에 떨어진 불이 뜨겁다고 날뛰는 나 자신을 보았다. 완치할 수 없는 병을 내가 어찌어찌해 보겠다던 나의 어리석음도 보았다. 교본에서 보고 배우고 입으로는 수십 번 외치고 머리로는 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나는 그것을 인정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나는 아들을 위해 치료약을 구하는 행위가 사실은 엄마의 불안에 대한 몸부림이었음을 인정해야 했다. 종이에 대고 말하자 거울처럼 나를 비춰준 것이다.
마음이 무거울 때가 있다. 이런 때 나는 괴로운 일이 많았지만 살아있어서 좋았다고, 약해지지 말라고, 한 100세 할머니시인을 떠올린다. 솔직히 살아있어서 좋은지는 잘 모르겠고, 다만 살아가려면 약해지지 말라는 말은 맞는 것 같다. 그래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