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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여사 Aug 13. 2024

prologue 쉼표

도박중독자의 엄마로 살아온 10년, 쉼표를 찍으며

저는 도박 중독자의 엄마입니다.

아들의 도박 문제를 알게 된 지 10년이 되어갑니다.  그 사이 아들은 서른을 훌쩍 넘겼고 저는 환갑을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동안  해볼 수 있는 것도, 해보라는 것도 죄다 해봤지만 도박이라는 병은 쉽게 다스려지지 않았습니다. 본인이 두 손 두 발 다 들고 나서야 회복의 길에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아들이 도박을 하든 말든

내 인생 괴롭게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쩔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애쓰다 보니 '어쩔 수 있는' 나 자신만 보듬는 것도 힘에 겨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야 내가 똑바로 서야 아들을 제대로 도울 수 있다는 것, 그래야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 깨달았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고 막막할 때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도박 병에 걸린 아픈 손가락이 저려올  때마다 써온 글들이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하려다 말았던 이야기, 해도 알아주지 않을 것 같았던 이야기, 너무 아파서 감추고 싶었던 이야기를 세상의 바다에 띄워 보냅니다.


정신 차리고 회복의 길을 걷는 아들과 함께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을 하려면 그에 맞는 체력이 필요합니다. 마음의 근육이 단단해야 하고 웬만한 일에 중심을 잃지 말고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계속 쓰기로 했습니다. 쓰면서 여기까지 온 것처럼 앞으로 가다가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 위해서.


그러려면 쉼표 찍고

계속 쓸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제게 도박이라는 병에서 살아남는 길입니다. 아니, 도박이라는 병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길입니다.


한숨이 나올 때 좋지 않은 생각에 끌려다니지 않으려고 되새김질하는 시가 있습니다. 지금은 '별'이 되셨지만 언제나 제게 힘을 되었던 '100세 할머니 시인' 시바타 도요의 <약해지지 마>입니다.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약해지지 마!

힘들고 어려운 일 앞에서 주눅 들지 마.

약해지지 마!


약해져도 괜찮긴 하지만.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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