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와 사랑 사이

완전히 이해할 수 없더라고 오롯이 사랑할 수 있기에

by 맘달

우연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내가 보면 좋을 때 찾아온 필연이었다. 개봉당시 플라잉 낚시 포스터에 꽂혀서 관람했던 영화 <흐르는 강물>을 다시 본일이. 아들의 도박문제가 아니었다면 무심코 지나쳤을 장면들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있었는지조차 몰랐던 장면들이다. 형의 합격운을 빌려 도박을 해보겠다며 형을 도박장에 끌고 가는 폴의 행동. 목사 아버지를 닮은 모범생 형 노먼과 달리 폴은 자유분방하고 충동적인 모습. 도박으로 도박 빚을 갚겠다는 폴의 터무니없는 말. 나는 폴이 눈에 밟혔고 맥클레인 목사의 언행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도박중독에 빠진 아들을 돕지 못했다는 자책감, 자식을 잃어버린 상실감이 아버지의 설교에 담겨있었는데 그 심정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마음이 먹먹해졌다.

우리는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사랑하는 이가 곤경에 처한 것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할 것입니다.
'주여, 저 사람을 도우려 하나 뭘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가장 가까운 이를 돕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주어야 하는지 모르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가 주려고 했던 것을 거절당하기도 합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사랑해야 합니다.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오롯이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



나는 어느 날 꿈을 꾸었다. 깊은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을 구하는 꿈이었다. 잠에서 깨어 '과연 돕는다는 게 무엇일까' 생각하게 만들었다. 누가 누구를 돕는다는 것.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과연 누가 누구를 도울 수 있긴 한 건가. 돕는 게 돕는 게 아니던 경험이 쌓이다 보니 도움이 필요한 상대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만큼 급선무인 것은 없단 생각이 든다. 상대에게 필요한 도움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돕는 게 무슨 의미가 있으랴. 도움이 필요한 것은 알지만 도와줄 길을 몰라 엉거주춤 좌불안석일 때 기도를 한다. 제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고 묻는다.

위대한 힘이여!

당신이 선물로 보내주신 아이가 늪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발버둥 치다가 더 깊이 빠져들어 죽을 뻔했습니다

아이에게는
늪에 빠진 자신을 탓하며 더 깊이 빠져들지 않게 하시고
저에게는
아이가 빠져나올 때까지 버틸 수 있게 도와주소서

어떠한 도움이 진정한 것인지 알아차리게 하시고
눈앞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감당할 힘도 허락하소서

(2023년 6월 16일)


묻고 또 묻는다. 거듭 묻는다. 엄마가 자식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진짜 도움이 되는 것이냐고.


제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제게 필요한 것을 주시는 위대한 힘이여!

당신이 주신 모든 것들을 분별없이 받아들이고
기꺼이 받아들이고 감사하게 하소서

희미하고 불확실하다 불평하지 말고
발끝을 보고 한 번에 걸음씩 나아가게 하소서

드러나는 것을 눈으로만 보지 말고
숨어있는 것도 마음으로 보게 하시고

내 안에 영원히 항상
당신 계심을 기억하게 하소서

(2023년 6월 25일)


힘도 없으면서 엄마니까 당연히 도울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스스로 도와달라고 청하기 전, 급하게 뛰어들지 말아야 한다. 천천히 구조할 밧줄을 챙기고 그걸 끌어당길 에너지를 비축해 두고 가만히, 가만히.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 것을 억지로 이해하려고 애쓰지 말고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면 되었다. 너는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라, 는 응답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