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올해 마지막 저녁은 김밥하고 꽃게라면

by 맘달

"안녕하세요, 저 왔어요, 김밥 4줄이요."


전에 살던 동네 김밥집에 들렀다. 살다 보니 정이 든 것이지 처음에 정이 가지 않던 곳이었는데, 떠나고 나서야 알았다. 살다 보면 정이 들기 마련이란 것을. 그 동네를 뜨고 난 다음 제일 아쉬웠던 게 그 동네에서 파는 김밥이었다. 리가 멀지 않아 다행이지, 가끔 그 김밥을 사려고 일부러 휘 돌아서 온다. 애들 어려서야 무조건, 엄마표김밥이었지만 이제 우리 집에서 김밥, 하면 무조건 '거기 그 집 김밥'으로 통한다. 3주 전쯤 나는 남편이 부탁해서 갔었고 오늘은 내가 밥 하기 귀찮아서 들렀다.


그런데...... 이상하다, 저기 -플라스틱 용기에 꽂혀있던 노란색 꽃-저 꽃, 전에 왔을 때도 있었는데......


"혹시 성당에서 레지오 하세요? 저번에도 이 꽃이었던 것 같은데......"


나도 레지오를 해본 적은 없는데 회합 때 꽃을 놓고 기도를 한다는 것만 들었을 뿐인데 그 생각이 들어 물어보았다.


"내가 그런 거 할 시간은 없고, 어떤 형제님이 레지오 끝나면 지나가다 꽃을 반 갈라서 주는데, 근데 그게 이렇게 오래가네. 그분 거는 다 시들었다는데......"


"정말 신기하네요. 조화같이 시들지도 않고."


"어쩌면, 사람들이 오다가다 관심을 쏟아줘서 그런지도 모르지."


"정말, 그런가 봐요."


예사롭지 않은 주인의 손놀림에 도마 위에 김밥 4줄을 후딱 말렸다. 나는 검은 비닐봉지를 받아 들고 계산이 끝나기 무섭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하고 버스정류장으로 뛰다시피 갔다. 환승해서 집에 왔다.


올해 마지막 날 저녁메뉴는 김밥이다. 냉동실에 있는 꽃게 씻어놓고 남편이 퇴근하면 꽃게라면 끓여 먹어야겠다.


한 해 끝날, 이렇게 저물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