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원점

마음껏 소리치며 울어라!

by 맘달

잘 먹지 못하는 술을 마시고 잠들었다 일어났는데, 간밤에 벌어진 일이 꿈만 같다.


"엄마, 내일 월급날인데 보낼 돈이 없어요. 그동안 가불해서 도박했는데 말하지 못했어요."


뭐라고, 다 거짓말이었다고? 속인 거라고? 아주 구체적이고 그럴듯해서 거짓말인 줄 몰랐다. 제발, 재발再發하지 말기만 바랬지만. 도박병은 늘 재발再發을 달고 있어 각오는 하고 있었고 뭔가 찜찜하긴 했어도 본인입으로 불기 전까지는 가만히 있어야 했다. 재발하면 곧장 알려달라고 그래야 조금이라도 타격이 덜하다고 말해 왔는데...... 참, 참, 참.








내가 쓰려고 했던 글은 이랬다. 쓰다 말고 저장해 두었던 글을 퍼올린다.


무슨 자랑도 아니고 자식이 도박중독자라고 대놓고 말하는 엄마가 어디 있을까요. 다른 것이 아니라 오로지 괴로워서 썼고 쓰다 보니 덜 괴로웠고 괴로움이 사라진 자리에 차곡차곡 쌓인 글을 추린 것뿐입니다. 병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글에 고정시키는 일이라서, 지나온 시간을 거슬러야 하는 것이라서 망설여졌지만 용기를 내봤습니다. 모르던 중독의 세계를 접하면 접할수록 일상을 압도하면서 낯설던 단어들이 제 인생사전에 끼어들어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예 박혀버리고 말았죠. 그것들에 휘둘려 정신줄을 놓을 때도 있었고 어떤 때는 번쩍 정신이 들 때도 있었고, 그런 식으로 10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허송세월만은 아니었습니다. 빠르게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시도들이 먹히지 않았기에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살아남는 방법'을 찾았더니 차츰 보였습니다. 숨통이 트이더군요.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삶은 조금씩 편안해졌습니다. 사소한 문제는 흘러가게 내버려 두고 작은 기쁨의 조각들을 모으는 일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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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려고 했던 그 시점, 그 마음도 존중해주고 싶었다. 속고 있었을지라도. 상황은 뒤집혀 다시 원점이 되자 터져 나오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지만. 지금껏 쓴 글을 다 지워버리고 싶었지만,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그저 속이 후련해질 때까지 실컷 울고 나서 하든 말든, 결정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글을 닫아버렸다. 이것으로 끝!









마음껏 슬퍼하라
진정 슬픈 일에서 벗어날 유일한 길이니
두려워 말고, 큰 소리로 울부짖고 눈물 흘려라
눈물이 그대를 약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
눈물을 쏟고, 소리쳐 울어라
눈물이 빗물이 되어
상처를 깨끗이 씻어줄 테니
상실한 모든 것에 가슴 아파하라
마음껏 슬퍼하라
온 세상이 그대에게 등을 돌린 것처럼

상처가 사라지면
눈물로 얼룩진 옛 시간을 되돌아보며
아픔을 이기게 해 준
눈물의 힘에 감사할 것이다

두려워 말고, 마음껏 소리치며 울어라


메리 캐서린 디바인의 말대로 마음껏 소리치며 울 수밖에 없다. 적어도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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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중독자의 엄마가 아회복자의 엄마이고 싶었던 게 욕심이었나. 이렇게 괴로운 걸 보면. 이렇게 끝내고 싶지 않았지만 여기서 그만 끝내야겠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