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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자 시인을 아끼고 기억하는 이에게

아침이 밝아오니/최승자

by 맘달

아침이 밝아오니

by Momdal


손목이나 발목이 시큰거리고, 콧날이 시큰거리고, 무릎이 시큰거리고, 뼈마디가 시큰거리고, 그럴 수는 있는데. 살아야 할 하루가 시큰거려서야...... 어쩌자고 그리 말하는 것일까.


최승자 시인. 시집 출간이 곧 시인의 생존신고라서 살아있다는 말,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자주 아픈 시인은 지금 어디서 아침을 맞이하고 있을까.


어느 작가는 자신의 책 첫 장에 최승자 시인이 고통의 아름다움을 알려주었다, 고 적고 있었다. 그 글을 읽는 순간 나는 아름다움을 '처절함'으로 고쳐 읽고 말았다. 그녀의 삶이 내게 그렇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빈 배처럼 텅 비어] 이후 생존신고를 듣지 못했는데 왜 자꾸 이 말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일찍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란 시구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던 시인이 자신의 고통 속에서 건져내어 밝아오는 아침에 쏘아 올린 시는 깊고 깊어서 아름다움에 다다른다.


과연 처절함과 아름다움의 간극은 얼마나 되는 걸까. 가늠할 길 없어 시를 적어보고 읊조리고 간직할 뿐이다.






"살아야 할 또 하루가 시큰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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