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차 "그런데, 아이고야, 미안해"를 반복한 하루
부산을 정말 좋아합니다. 20대 시절, 아무것도 없이 부산 여행을 그렇게 자주 다녔습니다. 정말 껍데기뿐일 때 여행을 갔던 곳이라 그런지, 부산에 가면 20대 시절의 어설픈 제가 그 어딘가에 있을 것 같습니다.
남편이 출장으로 잡아 놓은 숙소가 해운대역과 연결된 호텔이었기 때문에 호기롭게 차 없이 대중교통으로 아이들과 출발합니다. 4호선 길음역에서 서울역에 도착하면 끝나는 간단한 여정입니다.
그런데....
운전에만 익숙해진 저는 아이들과 서울역부터 헤매기 시작합니다. KTX 승차하는 곳을 못 찾아서 한참을 헤매고, 캐리어 바퀴는 삐걱거려서 반은 들고 다닙니다. KTX를 승차하는 순간에도 먼저 계단을 내려간 첫째와 길이 엇갈려서 저와 막내는 승차하고, 첫째는 열차 승강장에서 저희를 기다리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아무튼 기차를 타고 2시간 30분 만에 부산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부산역에 도착하고, 지하철 타는 곳을 또 못 찾아서 멍하니 서 있는 나.
'지하철 타는 곳'이라는 표지판이 그 넓은 역사 어디에도 안 붙어 있었죠. 첫째가 "엄마 나는 왜 여기가 인천공항보다 넓어 보이지"라며 한숨을 쉽니다.
당황하는 제 표정에 아이들은 점점 말을 아끼고, 저는 진짜 바보 천치가 되어 포털 길 찾기 사이트를 확인하고 또 확인합니다. 20대 시절, 종이 지도를 보며 여행을 다니던 똘똘한 저는 이제 아예 어디론가 증발되어 버렸습니다. ㅜ ㅜ
1호선 부산역-서면역에서 2호선 환승-해운대로 향하는 지하철.
해운대 숙소에 도착했더니 남편이 20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아빠를 발견하자마자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안도의 기쁨에 달려가서 품에 안깁니다. 저는 그제야 긴장이 풀리면서 온몸의 기가 다 빠져나갑니다.
그래도 낯선 곳에 왔다는 기쁨으로 첫째 날 저녁에 '맛찬들 왕소금구이'라는 식당을 갔더니, 웨이팅이 2시간입니다. 왠지 오기가 생겨서 테이블링 대기를 걸어놓고, 점심을 굶은 아이들과 '상국이네' 떡볶이를 먹고, 해운대 바다로 걸어갑니다.
(사실 아주 오래전에 상국이네 떡볶이를 먹고 감탄을 했는데, 그 이후에는 한 번도 그 맛을 느낄 수 없었어요.
'왜 그 맛이 안 나는 걸까?' 가게가 변한 건지, 제가 변한 건지 알 수 없네요.)
우리 차례가 와서 저녁을 먹는데, 고기맛이 그냥 평범해서 '왜 사람들이 이렇게 난리지?' 의아했죠.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단위 외국인들을 보며 진심 안타까웠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에 잔새우들이 바싹 구워져서 고기와 함께 먹었더니 정말 "으악!" 감탄사가 저절로 나옵니다.
이렇게 맛있는 고기 조합은 처음입니다ㅎㅎㅎㅎ길게 줄 서 있는 외국인들을 보며 "저들이 진짜 현자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맛집에 왔는데...
엄마와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면서 여러 번 헤맸던 첫째가 하루 종일 너무 신경을 썼는지, 식당에서 심한 위 통증을 호소합니다. 약을 사고, 응급실을 검색하다가 저도 너무 지쳐서 "오늘 너무 신경 써서 그래.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에라 모르겠다' 툭 던졌습니다.
얼마나 피곤한지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테라스에서 해운대 야경을 감상할 생각도 못하고 바로 잠이 듭니다.
잠드는 와중에도 생각합니다.
'밤에 복통이 심해지면 어쩌지 ㅜ.ㅜ 부산이고 뭐고, 내가 왜 기차는 예매해서 다 피곤하게 만든걸까.' 진짜 후회막심입니다.
이렇게 매 순간 "그런데, 아이고야"를 남발하며 그 아까운 여행 첫째 날을 마무리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