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세 아이를 출산하면서 20kg이 늘었습니다.
정상 체중이었던 그 시절이 가장 그리운 순간은 바로 달리기 운동을 할 때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얼마나 날쌨는지 아침부터 저녁까지 뛰어다녀도 힘든 줄 몰랐습니다.
달리기를 할 때 볼을 스치는 바람, 옆으로 휙휙 지나가는 풍경들.
그 순간에 오직 멈춰 있는 건 하늘이었고, 달리기 운동은 저 푸른 하늘이 영원히 잡히지도 않고, 또 내게서 영원히 떠나는 일도 없다는 걸 알려준 특별한 친구였습니다.
슬로조깅 열풍에 두 달 전부터 성북구 정릉천 왕복 6km 구간을 느릿느릿 달려봅니다.
가벼운 몸으로 동네 골목이란 골목은 하루 종일 왕복 달리기를 했던 그 느낌이 얼마나 그리운지 모릅니다.
그런 적이 없었는데, 달리기를 할 때마다 지금의 제 몸이 그렇게 밉고 무거울 수가 없습니다.
달리기를 마음껏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몸이 조금만 더 가벼웠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그래서 남편 몰래 위고비 같은 주사치료도 처음 찾아보았습니다.
사실 말이 슬로조깅이지, 컨디션에 따라서 실패하는 날도 많습니다.
중간에 배가 살살 아프거나, 허리가 뻐근하면 그냥 걸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제 자신에게 말 못 하게 서운한 날도 저를 위로해 주는 풍경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정릉천 산책도로 한가운데에 있는 낡은 주택 계단의 크리스마스 전구입니다.
달리다가 저 반짝이는 계단을 보면 집주인이 누구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왜 집 안 사람들이 아닌, 지나가는 사람들만 보이게 저런 장식을 달았을까 물어보고 싶습니다.
저 반짝이는 낡은 울타리는 가끔 제가 달려온 거리를 알려주는 이정표가 되어, '이제 이만큼 왔구나'라는 생각도 합니다.
산책로에 아무도 없고 긴 시간 혼자 달리는 날에는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무언가를 찾게 되는데, 저 울타리에 투박하게 걸려있는 반짝반짝 전구들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습니다. 달리는 제 속도에 맞춰 반짝이는 그 작은 불빛이, 이상하게도 매번 저를 기다려 주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놓입니다.
달팽이 속도로 달리다 보니까, 남의 집 담벼락도 살펴보고, 정릉천 물살도 힐끔거립니다. 배드민턴장에서 운동하는 외국인들, 평범한 가족들의 풍경도 요리조리 관찰합니다.
히잡을 쓰고 있는 이슬람 여성분이 홀로 벤치에 앉아 무언가 고민하는 모습에 달리다가 뒤를 한번 더 돌아봅니다. 이미 중년의 아줌마가 되어 버린 저는, 이제 파마머리만 하면 언젠가 그분에게 말도 걸 것 같습니다ㅎㅎㅎ
달팽이가 기어 다닌다는 표현을 쓰는데, 어쩌면 달팽이는 자신의 몸에 비해 무거운 집을 짊어지고 전속력을 다해서 달리는 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느리고 무거운 몸뚱이로 달리다 보니 달팽이의 마음까지 공감하게 됩니다ㅎㅎㅎㅎ
오늘도 달팽이 속도로 정릉천을 달립니다.
무겁지만, 그래도 저만의 속도로 뒤뚱뒤뚱, 헥헥, 느릿느릿~~
- 맘디터의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