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살 막내아이와 피아노의 이별
세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른으로서 생각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말과 행동에 웃음이 터지는 날이 많습니다.
남편의 빠듯한 월급과 저의 일정치 않은 원고료로 세 아이를 키우는 것은 녹록지 않습니다.
이제 태권도, 피아노 학원 등 예체능 학원을 정리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기회를 엿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막내가 피아노 콩쿠르대회에 나가고 싶다고 먼저 말을 꺼냅니다.
그래서 저도 세 아이를 불러놓고 솔직하게 상황을 이야기하며, 예체능 학원은 우선 중단하고 우리 집의 사정이 지금보다 여유로워지면 그때 다시 하자고 설명하였습니다.
사실 막내는 성격이 온순하면서도 따뜻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기 때문에, 피아노 학원의 감초인 듯합니다. 4시쯤 등원해서 학원이 문 닫는 6시까지 원장님, 아이들과 매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옵니다.
정말 현실적인 문제만 아니라면 계속 보내고 싶습니다.
얼마 전에 피아노 원장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어머니, 엘이에게 이야기 듣고 전화드렸습니다."
"선생님, 그동안 너무 감사드려요. 마음 같아서는 계속 다니고 싶은데, 저희가 애들이 클수록 교육비가 감당하기 빠듯하여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부모로서 마음이 아프네요."
"어머니, 저도 사실은 집 사정으로 1월에 큰 아이 학원을 중단시켰습니다. 어머니 마음 충분히 공감합니다. 엘이가 아빠가 임원으로 승진하면 그때 꼭 다시 오겠다고 저에게 울먹거리면서 약속하더라고요."
"네? 아이고! 하하하하하하"
저는 웃음이 터졌습니다. 남편과 제가 거실에서 대화를 할 때, 지금의 어려움에 대한 여러 가지 해결방법을 고민했는데, 본인이 생각할 때에는 아빠가 임원으로 승진하는 게 제일 쉽고 빠른 방법이었나 봅니다.
계속 다니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아빠가 승진하면 다시 올게요"라고 약속한 아이의 이별과 사랑에 웃음도 나오고 마음도 짠합니다.
저녁 시간에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둘째가 막내를 놀리고 웃어댑니다. 첫째는 둘째를 째려보며, "너는 웃음이 나오냐"라고 살벌해집니다. 막내는 가족들이 왜 웃는지 알 수 없어 당황하는 표정입니다.
남편에게 이 이야기를 해 주니, 큰 웃음이 터졌고, "내가 본부장으로 승진해야 되는 거였어?" 깔깔댑니다.
웃음이 끝이겠습니까? 그 말이 가슴에 박힌 아빠는 며칠을 잠도 설쳤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밤마다 계산기를 두드리며 고민했습니다. 이제는 저도 제가 잘하는 일과 해야만 하는 일들을 병행해야 된다는 생각에, 당신 생각이 그렇다면 무엇이든 해보자고 쿨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선생님, 아빠가 승진해서 월급이 오르면 다시 돌아올게요."
막내의 눈물 어린 작별인사가 나비 날갯짓이 되어, 엄마 아빠에게 폭풍이 되었고, 지금 우리 부부는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아니라면 아직도 철없는 부모일 텐데, 속이 깊어지는 아이들 앞에서 남편과 저도 허둥지둥 철이 들어갑니다.
현실은 척박하고 피곤해도, 그 속에서 피어난 연꽃 같은 아이들의 마음에 늘 고맙고 행복합니다.
- 맘디터의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