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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디터 Sep 23. 2022

산책을 하면 겸손해지는 이유

내 몸이 자유롭지 못해도 나는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저는 지난 5월부터 동네 뒷산인 개운산을 하루에 2회 이상 오르내립니다.

처음에는 의사의 권고대로 다이어트를 위해, 장마비가 내리는 한여름에는 오기로, 가을인 지금은 산책이 너무 좋아서 개운산을 찾습니다.

정말 작은 산이지만 오르막에서는 정신줄을 놓고 헥헥대느라 주위를 바라보지 못하다가, 정상인 마로니에 광장에 도착해서 맨발 걷기를 시작하면 주위의 풍경이 하나둘씩 보입니다.

제가 산책을 하면서 가장 유심히 바라보는 풍경은 바로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의 운동입니다.

몸이 불편하신 배우자의 보행을 부축하시는 부부의 모습

중풍 등으로 자유롭지 못한 몸을 이끌고 지팡이의 도움을 받으며 산을 오르는 어르신, 할아버지 할머니가 서로를 부축하며 걷는 모습, 허리가 너무 굽으신 고령의 할머니께서는 등산스틱을 지지대로 사용하시며 한걸음 한 걸음을 조심히 내딛습니다. 솔직히 어느 때에는 저 아슬한 걸음이 어르신의 마지막 걸음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사실 저는 예전에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만약 내 몸이 자유롭지 못하면 나는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내 몸이 늙고 병들고, 내 몸이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나는 내 인생을 사랑할 수 있을까?"


그런데 저는 개운산 산책을 통해 깨닫습니다.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절망하지 말고, 다만 내 몸을 움직이기 위해 조금이라도 매일 최선을 다하자.'

어르신들의 그 아슬한 매일의 한 걸음 한 걸음은 자신의 생명과 그 생명을 담은 육신에 대한 최대의 경의이자 예의라는 걸 배운겁니다. 아파서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해도 그런 몸을 어떻게든 이끌고 움직이여야만 삶이고, 이제 더 이상 할 게 없다며 포기하고 움직이지 않는다면, 살아있어도 죽은 것과 다르지 않다는 인생의 고견을 그 분들께 배웁니다.

영화 <혈의 누>에는 지방감찰관이 부패한 의사의 멱살을 잡고 소리치는 대사가 나옵니다.

"이 놈아, 네 놈들이 중요한 이유는 그 재주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그만큼 사람들의 목숨이 중하기 때문이다!"


매일 개운산에서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의 분투와 노력을  바라보며, 저 또한 제 몸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 가는 게 제 생명에 대한 예의와 경의임을 느낍니다. 그리고 생명의 가치는 환경이나 모습, 나이 등으로 달라지지 않으며, 모두에게 생애 다시 없이 소중한 오늘과 내일 그리고 삶이라는 걸 매일 생각합니다.

한 쪽 몸이 불편하신 상태에서 지팡이를 짚고 조심조심 하산하시는 모습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과 산을 오르고, 맨발걷기를 하면서 느끼는 맘디터의 소감을 마칩니다.


내일은 남편과 1박 2일 해파랑길 트래킹을 떠납니다.

트래킹 여행기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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