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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디터 May 01. 2023

아이와 응급실에 세번 오다

오빠와 언니에 비해서 우리 막내곰은 거의 친정어머니 손에 자랐다. 내가 늘 바쁘기도 하고, 또 세자녀를 둔 엄마의 호기도 있어서 아이에 대한 걱정이 없는 편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감기에 걸렸을때 발생하는 고열은 나를 떨게 한다. 늘 40도를 찍고, 열이 쉽게 내리지 않아서 고생의 끝장까지 가고 나서야 떨어지기 시작하는 감기열.


우리 막내가 일주일째 39.6도 고열을 앓고, 결국 약도 잘 듣지 않는 상황이 되어 서울대 소아응급실을 방문했다. 응급실 환자가 너무 많아서 퇴짜맞고, 세브란스 응급실을 갔는데 또 퇴짜를 맞았다.

새벽 2시에 다시 서울대 응급실을 가서야 검사 및 간단한 처치를 받을수 있었다.


그런데 불과 하루만에 다시 고열이 난다. 이번에는 친정엄마께서 너무 무섭다며 독촉하셔서 함께 응급실에 와서 번갈아가며 아이를 본다.


엄마께서 대기실로 들어가시고 나는 잠깐 밖으로 나와 끼니거리를 사왔다. 비 내리는 차 안에서 삼각김밥과 빵을 먹는다. 아이들에게는 안좋은 음식이라며 먹지 말라고 했던 편의점 음식들이 오늘 나의 너무 소중한 한끼가 된 것이다.

아이 고열에 일주일간 시달리다보니 늘 초보엄마인 내 마음도 피폐해져 있다. 삼각김밥을 먹으며 '지금 어디에선가 나처럼 비오는 창문을 바라보며 삼각김밥을 먹는 사람이 있을까?' 생각해본다.

"그 사람들은 외롭지 않을까?피폐하지 않을까?그냥 담담할까? 가게 문이 닫힌 어둑한 거리에서 편의점을 만났을때 나처럼 기뻤을까?내 옆에서 같이 삼각김밥을 고르는 사람들을 보며 뭔가 안심되고 동질감을 느꼈을까?"


아이는 수액을 맞고 있다. 아이들은 나의 단점을 비추는 거울이다. 아이들 앞에서 나의 단점과 한계는 늘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영화 <맘마미아>에 나오는 노래처럼 엄마는 아이의 뒷모습만 생각해도 미안하고 슬퍼진다.


"아이를 잡으려해도 자꾸 내게서 멀어집니다.

내가 그 애를 잘 알고 있는 걸까요?

가까워졌다고 느끼는 순간, 아이는 훌쩍 자라 저만큼 멀어집니다. 우린 멋진 모험을 함께 하기로 했는데, 많은 걸 함께 못했습니다. 내가 왜 그랬을까요?이 순간을 잡아두고 싶어요"

- 영화 <맘마미아>ost. "slipping through my fingers"


노래를 듣다가 응급실에서 손주를 보고계신 친정엄마가 생각납니다. 엄마를 보며 늘 생각합니다.

"엄마는 세 아이의 엄마가 된 나를 어떻게 이렇게 많이 변함없이 계속 사랑할수 있어?"

나와 동생을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은 지금도 매순간 신기합니다. 내가 엄마가 되었지만, 우리 엄마의 마음은 지금도 다 알 수 없습니다.


- 서울대 소아응급실 앞에서 맘디터의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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