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맘디터 Sep 01. 2023

삼 남매 중 둘째의 열한 살 인생

우리 집 둘째 곰이 세상에 태어났더니 두 살 터울의 오빠가 이미 엄마 아빠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엄마곰은 갑상선 질환을 앓고 있어서 몸 회복이 더디었고, 예쁜 딸곰은 할머니 할아버지 품에 안겨 있는 날이 많았지만, 엄마곰 아빠곰은 꽃보다 예쁜 우리 둘째에게 점점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습니다.

오빠곰이 잠들고 나면 둘째 곰 옆에 누워서 그 발에 입맞춤을 수십 번 하였습니다. 세 살인 오빠곰은 동생을 향해 흐르는 엄마아빠의 사랑을 눈치챘고, 어린 마음에 동생을 할퀴고 꼬집었습니다. 그래서 둘째 곰은 오빠 손이 닿지 않는 아기 침대에서 잠이 들곤 하였습니다.


걸음마와 말을 시작한 둘째는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고 예쁜 존재였습니다. 예쁜 딸과 함께 만들어갈 미래가 생각만 해도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ㅜ ㅜ

우리 둘째에게 세 살 터울의 동생이 생기게 됩니다. 하필이면 남동생이 아닌 여동생이 태어나면서 둘째 곰의 새로운 인생이 펼쳐집니다.


엄마아빠는 또다시 막내곰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서슬 퍼런 오빠와 언니를 바라보면서 성장한 막내곰은 순하고, 착하고, 현명한 아이로 자랐습니다.

첫째 곰은 둘째 곰을 자신의 경쟁자로 인식하고 사사건건 부딪쳤지만, 막내곰에게는 유독 관대하고 순한 오빠였습니다.

오빠는 엄마와 막냇동생을 좋아하고, 외할머니는 오빠와 막냇동생에게 애정을 갖고, 친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오빠와 자신을 특별하게 여기는 복잡한 모습들ㅎㅎㅎ


우리 둘째 곰은 대가족 집안의 이 거대한 역학관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똑 부러지고, 지혜롭고, 독립적인 아이로 성장하였습니다. 공립유치원 3년, 초등학교 3년을 거치면서, 모든 공부와 특별활동, 리더십에서 선두를 달리며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특별한 노력과 재능으로 모두의 관심과 애정을 받았던 우리 둘째 곰에게 위기가 찾아옵니다.

사춘기에 서서히 접어드는 4학년 때 자기보다 다른 친구를 더 예뻐하고, 1학기 회장과 2학기 회장을 비교하며, 3년 내내 회장으로 노고한 둘째 곰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담임선생님을 생애 처음 만난 겁니다.


저는 당황했고 둘째 곰은 학교 가는 길마다 한숨을 쉽니다.

선생님도 한 명의 사람일 뿐이고, 불완전한 미완성의 존재라고 알려주면서,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버텨내는 방법도 찾아내 보자고, 12월까지 잘 버텨보자고 아이를 위로했지만 어깨가 축 처진 아이의 뒷모습은 엄마곰의 마음을 까맣게 태웁니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가 아이돌 댄스에 눈을 뜨면서 학교와 학원, 책 읽는 시간을 빼놓고는 열심히 춤을 춥니다. 태권도도 열심히 다니면서 국기원 심사를 놓고 연습에 매진합니다. 저러다 말겠지 싶었지만 5곡 이상의 댄스를 마스터하며 동생과 아이돌 오디션 놀이도 하고,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학급에 좋아하는 이성친구가 생겼는데, 어느 날 제가 학교 앞을 우연히 지나가다가, 둘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나란히 하교하는 행복한 모습이 제 눈에 띄었습니다.


우리 둘째 곰은 누군가가 자신에게 던지는 슬픔 대신에 새로운 기쁨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먹은 겁니다.

사실 사람의 감정에는 목적지가 있습니다.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목적지입니다. 담임선생님의 감정은 담임선생님에게, 저의 감정은 저에게, 봄이의 감정은 봄이에게 결국 도달할 겁니다. 이게 생명의 법칙입니다.


그래서 저는 봄이의 이런 노력이 너무 감사하고 소중합니다.

아이들의 마음속에 자리한 훌륭한 어른에게 깊이 고개를 숙입니다.


"

우리 딸곰아~

너는 정말 훌륭하고 특별한 둘째란다.

너의 영혼 속에 간직한 커다란 힘과 재능만큼은 이 세상 최고의 퍼스트라고 엄마는 확신한단다.


-너의 모든 하루하루가 신기하고 소중한 엄마곰이..








작가의 이전글 춘천, 별이 내려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