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맘디터 Oct 03. 2023

초등학생 아이의 롯데월드 모험기

엄마아빠 없이 친구들과 떠난 첫 모험

13세의 첫째 곰이 며칠 전부터 운을 띄웁니다.

"친구들과 롯데월드를 갈 수도 있어"


'친구들과 계획만 세우다가 틀어지겠지' 안이하게 생각했다가, 출발 전 날에 자유이용권을 끊어주면서 드디어 실감합니다.

'진짜로 친구들과 가는구나'


아이들은 현명합니다. 8명의 아이들이 출발 전전날 줌으로 온라인 회의도 엽니다. 가는 방법, 모이는 시간, 입장 방법까지 토론을 합니다. 뭔가 간섭을 시작하려고 작정한 엄마곰은 아이들의 회의내용을 듣고 현실을 인정합니다.

"나보다 진화한 존재들이구나"


출발 당일, 아빠곰은 첫째 곰을 약 올립니다.

"어제 롯데월드 사람 많아서 입장만 한 시간 걸렸대. 너네 한 개도 제대로 못 탈 수 있어"


사춘기곰은 엄마곰에게 미리 주문한 미역국과 밥을 먹고 아침 7시 40분에 현관문을 나섭니다. 너무 빨리 출발하는 거 아니냐며 걱정하는 말을 했지만, 이미 1층에 같은 반 친구들이 와 있어서 엄마곰은 머쓱합니다.

베란다로 뛰어가서 친구들과 걸어가는 첫째 곰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품에 꼭 안겨서 젖을 먹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첫째 곰은 하루하루 자신만의 걸음으로 세상을 향해 걸어갑니다.


잠실에 도착했는지 편의점 결제문자가 도착합니다. 그 후로 계속 도착하는 간식 결제문자들. 어떻게 이렇게 많이 먹을 수 있냐며 남편과 대화를 하는데, 첫째 곰 전화가 걸려옵니다.

"이거 진짜 다 먹었어?"

"엄마, 음료랑 간식하나만 먹어도 자꾸 1만 원이 나와. 정말 미안해."

아들의 미안하다는 진심의 말에 마음이 쿵 합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또다시 간식결제 문자가 옵니다.

첫째 곰에게 물어보니 놀이기구를 하나씩 탈 때마다 앤티앤스, 콜팝 등 엄마아빠와 왔을 때 제재를 받았던 모든 간식을 자유롭게 다 먹었다는 겁니다.

웃음이 나왔습니다. '놀이동산 올 때마다 보채지도 않고 늘 잘 참는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견딘 거였구나'


아이들의 모험은 성공하여, 놀이동산에는 생각보다 인원이 적어서 모든 놀이기구를 다 즐겼고, 잠실에 사는 담임선생님 가족도 우연히 마주치는 진기한 사건도 일어났습니다.

선생님은 제자들이 기특하셨는지 짜장면도 사주셨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밤 9시에 출발해서 무사히 집에 도착했습니다.


애들이 너무 즐겁게 잘 오고 있다는 소식을 아빠곰에게 전합니다.

"자기야, 애들은 우리 걱정과 달리 놀이기구도 잘 탔고, 날짜도 너무 잘 잡았고, 시간도 잘 분배했고, 서로 흩어졌다가 모였다가 전부 잘 해냈어. 이제 인정하자. 아이들이 우리보다 지혜롭다는 걸ㅎㅎㅎㅎ"


아빠곰은 묵묵히 듣고 있습니다.


첫째 곰은 지금 거실에서 오늘 하루의 모험을 아빠곰에게 풀어냅니다. 저는 속으로 생각합니다.


"이제 시작이야 아가야. 엄마아빠는 너의 즐거운 모험, 고된 모험, 성공적인 모험, 애매한 모험. 세상을 향한 너의 모든 모험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존경한단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의 결혼기념일을 축하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