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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디터 Nov 05. 2023

다채로운 삼 남매의 가지각색 공개수업

초등학교 공개수업에서 만나는 나의 아이들

아이들 학교 알리미로 공개수업 방문증이 도착했습니다.

그걸 바라보는데, 첫째 곰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맞이했던 2018년  첫 공개수업이 생각납니다.


교실에 앉아있는 아이를 멀리서 바라보는 엄마의 심정은 생각보다 떨리고 긴장되었습니다. 내게 너무 특별한 우리 아이가 아이들 사이에 앉아서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게, 고개를 푹 숙이고 책만 바라보는 모습은 저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앞에 나가서 하는 발표는 내용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데, 엄마가 아는 우리 첫째 곰의 모습과 너무도 거리가 멀었습니다.

내겐 너무 특별한 우리 아이의 평범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된 계기가 바로 초등 첫 공개수업이었습니다.


둘째 곰의 첫 공개수업은 코로나가 극심했던 시기에 온라인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당차고 똑 부러지는 지혜로운 아이의 모습에 저는 너무 감사하고 감동하였습니다. 사실 그 모습 또한 집에서의 모습과는 다릅니다. 늘 자기 방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 아이가 학교에서는 모든 걸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표현하는 학생이었던 겁니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참관하는데, 제일 앞에 앉아서 눈에 잘 띄는 둘째 곰이 갑자기 선생님 몰래 종이접기를 시작합니다. 선생님은 앞에서 수업을 하시는데, 아이가 그 수업을 듣지 않고 너무 열심히 딴짓을 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봐야 하는 엄마의 심정. 띠용입니다. 그렇게 또 아이의 개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올해 셋째 곰의 첫 공개수업에 참관하였습니다. 아이는 발표내용을 며칠 전부터 외우고 연습합니다. 수업에 대한 큰 기대는 없지만, 그래도 엄마인지라 아이의 성장이 기쁘기만 합니다. 수업 당일, 아이 책상 바로 옆에서 아이를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는 연습한 대로 최선을 다해 발표도 잘하고,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냅니다. 그런데 국어문제를 푸는 시간에 갑자기 틀린 답을 열심히 작성합니다. 엄마곰의 동공이 순간 흔들립니다.


올해 6학년 졸업반 첫째 곰의 공개수업. 정말 고생 많았다고 격려해주고 싶었던 첫째 곰은 독감에 걸려서 공개수업은커녕 그 주 전체의 수업을 결석하게 됩니다.

큰 아이가 너무 아파서 돌봐야 했기에 엉뚱공주 둘째 곰 공개수업은 아빠곰이 참석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수업에서 '지구'를 주제로 한 둘째 곰의 발표를 같은 반 엄마에게 듣게 되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지구를 별의 관점이나 환경적인 관점에서 접근을 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둘째 곰은 이 주제를 듣고 아빠가 생각이 났다는 겁니다.

"이 지구라는 큰 별에서 엄마 아빠가 운명처럼 만나서 내가 태어나고, 내가 엄마아빠를 만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아빠 사랑합니다."

나중에 전해 들은 아이의 발표내용에 저는 순간 너무 감동을 받아서 마음이 뭉클하였습니다. 이 중요한 발표를 들을 수 없었다니 ㅜ ㅜ 똑같은 사건사고가 하나도 없는 아이곰 셋을 바라보며 엄마곰은 인생을 받아들이고 다름을 받아들입니다.


막내곰 공개수업 때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동화와 노래를 듣고 저는 눈물이 나왔답니다.

한 아이의 성장을 보여주는 동화 내용은 이렇습니다.

'아무리 꿈을 찾으려고 해도 꿈을 찾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알게 되었습니다. 꿈을 찾을 수도 있고, 이룰 수도 있고, 못 이룰 수도 있지만, 나는 나를 사랑하겠습니다. 그리고 당장 꿈은 없지만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아가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막내 담임선생님께서 들려주신 동요 가사입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

마음은 바쁘지만 느릿느릿 달팽이

비 그치고 해가 반짝,

아직도 한 뼘을 못 갔구나"

-<달팽이의 하루>


엄마인 저는 저만의 생각, 사고방식, 아이들에 대한 기대와 꿈, 고집 등을 달팽이 등껍질에 한가득 짊어지고, 달팽이가 되어, 마음은 바쁘지만 느릿느릿 한걸음 한걸음을 떼고 있습니다. 그런데 되돌아보니 아직도 한 뼘을 못 갔네요.

그래도 세 아이를 키우면서 일곱 빛깔 각기 다른 아름다운 보따리를 짊어지게 되어 행복하답니다.


맘디터의 초등학교 공개수업 소감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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