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며칠 전에 당신에게 평온의 숲-인의 숲에 대해 들었던 이야기를 했어. 누구나 도달하고 싶은 인의 숲. 하루에 몇 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나도, 영혼만큼은 인의 숲에 도달하기를 바라고 있어. 그런데 모두의 지독한 갈망에서 비극이 시작될지도 몰라. 인생은 저 하늘에 떠 있는 별보다도 무척 어려운 수수께끼니까.
오늘은 기쁨을 간직한 숲, 천의 숲에 대해 들려줄게.
사실 나는 기쁨에 대해 잘 몰라. 배고플 때 빵을 입에 넣었는데 빵이 내 마른침과 섞여서 고소한 향이 나는 침방울로 바뀌는 그 순간. 그 기적의 순간이 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만족감을 기쁨이라고 하는 걸까?
어느 날, 허리가 닳아 없어지도록 새벽부터 밤까지 몸을 숙이고 가마터의 흙을 청소하는데, 그날 하루가 너무 고되었는지 꿈속에서 계속 토했어. 꿈인지 현실인지 집 밖으로 뛰어나가서 속에 있는 모든 침을 게우는데, 별 하나가 내가 토한 물 위에 땡그랑 떠 있는 거야. 내가 별을 토한 밤하늘 같아서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지. 내 오물 안에서 고귀한 하늘의 별을 발견한 기적. 그걸 기쁨이라고 하는 걸까?
사실 기쁨의 숲-천의 숲에 대한 이야기는 내 입으로 하고 싶지 않아. 대충 얼버무리면서 넘어갈래. 거친 나무바닥에서 자고 일어나고, 흙바닥을 기어 다니는 벌레가 파먹은 빵을 맛있게 먹는 내가 삶의 고상한 기쁨이 뭔지 몰라도, 기쁜 척 거짓말하는 건 쉬워.
그런데 굳이 거짓말로 기쁨을 찬양할 필요가 없어. 상상할 필요도 없어. 왜냐하면 기쁨의 숲 한가운데에 분노의 숲-라의 숲으로 이어지는 우물이 숨어 있거든.
분명히 인생의 기쁨과 인생의 분노는 서로 다른 둘인데, 왜 저 웅덩이보다 작은 미천한 우물은 기쁨과 분노를 하나로 연결시키는 걸까?
그래서 사람들은 천의 숲을 무서워했대. 기쁨과 사랑 바로 뒤에 붙어서 찾아오는 분노와 증오가 나를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지 알았던 거지. 이야기를 하다 말고 갑자기 웃음이 나오네. 사람들이 라의 숲을 두려워하는 게 참 이상해. 가혹한 삶 끝에 찾아오는 죽음이 평온하기를 바라는 그 마음은 정체가 뭘까? 글자 하나도 못 배운 나 같은 무지렁이도 삶 끝에 찾아오는 죽음이 삶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거든.
삶과 분리된 죽음이 어느 책이나 경전에 쓰여 있는 건가? 어려운 말을 하는 사람들은 나같이 손이 트고 피부가 소가죽처럼 두껍게 덮여 있는 사람과 대화를 하지 않으니까 나는 평생 모를 수밖에.
하긴 생각해 보면 내 육신 위에서 벌어지는 마음의 전쟁도 평생 정답을 찾지 못하는데, 내가 도달하지 못하는 나의 죽음 위에서 천의 숲, 라의 숲이 전쟁을 벌인다는 건 아무리 네 개의 숲이라 해도 용서받지 못할 일이야.
그래서 사람들은 천의 숲이 잉태한 아이를 두려워했대. 기쁨과 사랑에 넘치는 천의 숲 아이는 마음속에 슬픔을 간직하게 되었어. 천의 숲이 간직한 그 우물처럼....
아이 마음속에는 기쁨과 사랑, 불안과 슬픔이 공존하게 되었지. 그 아이를 만난다면, 그 아이가 내 몰골을 보고 놀라지 않는다면 한 번만이라도 안아주고 싶어.
배가 고프고 졸음이 쏟아지지만 나는 빵을 입에 물고 별빛 아래에서 기쁨의 숲, 천의 숲이 간직한 진실을 당신에게 하나도 빠짐없이 들려주었어.
내 이야기를 듣는 당신은 기쁨과 사랑을 향해 걸어가고 있을까?
천의 숲이 간직한 그 우물에 대해 알았으니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해야 할 거야.
나는 당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