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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디터 Mar 30. 2024

5회: 라의 숲, 내가 나를 속이는 끝없는 거짓말

라의 숲은 분노로 가득 차 있어.

사실 누구나 처음부터 분노를 느끼진 않아.

처음에는 자신이 못마땅하고 자기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다가 어느 순간 자신을 속이는 거짓말이 너무 달콤한 거야. 내가 특별해 보이기 위한 수많은 거짓말을 하면서 자기 자신에게 수십 겹 수백 겹의 갑옷을 걸치다가 자신이 원래 어떤 사람인지 잊어버리게 돼. 그러다가 누군가 자신이 걸친 거짓의 갑옷을 벗기려고 하면 미쳐서 날뛰는 거지.


라의 숲은 거짓말로 이루어진 숲. 거짓말로 자기 자신을 위대하게 포장한 사람들의 영혼이 도착하는 숲.

겉으로는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그 대지에는 피와 비명이 강이 되어 흘렀지.


왕들은 그 달콤한 유혹, 거짓, 거짓이 벗겨졌을 때 터져 나오는 거대한 분노로 이루어진 라의 숲을 두려워했고, 라의 숲에 휩싸이지 않고자 자기 자신을 응시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어.  

위대한 시대와 그 시대를 장식한 왕들을 통해 오랜 시간에 걸쳐서 라의 숲은 힘을 잃어갔고, 인의 숲, 천의 숲, 연의 숲에 둘러싸여 겨우 숨만 쉬고 있었지.


그런데 어느 시대, 어느 왕이 자신에게 깃든 외로움을 해결하고자 발버둥을 치다가 자신을 향한 타인의 공포심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기 시작했지.

그도 처음에는 거울을 바라보면서 자기 자신을 관찰했어. 그런데 점점 세상과 타인에게 내가 어떻게 보일까 노심초사하다가 타인의 두 눈과 동공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응시하면서 그게 진실한 자기라고 믿은 거야.


자신을 바라보는 타인의 눈에 두려움이 서려 있다면 자신이 위대한 존재라고 느끼고, 자신을 바라보는 누군가의 눈에 사랑과 슬픔이 있다면 그 사람을 통해 자신이 사랑받는 존재라고 느꼈지.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의 눈에 비친 헐벗은 자기 자신의 모습을 인정할 수 없었고, 그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 모두를 죽이려고 했어.


타인의 공포심을 마주한 순간만큼은 외롭지 않았고 슬프지 않았어.

자신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의 공포심을 마주할 때면 자신이 위대한 존재라고 느껴졌지.

자신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가까이에 두고, 자신에게 진실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도륙했지.

그 왕의 존재로 라의 숲은 큰 힘을 얻었어.


태해설무는 바로 '수'의 이야기부터 시작해.

수의 어머니이자 위대한 여왕이 끊임없이 도달한 인의 숲, 수에게 열리지 않는 어머니의 숲.

수를 외로움의 감옥에 가두어둔 '인의 숲'이 태해설무의 시작이야. 참 희한하지...


이야기를 하는 내 목소리는 수천 갈래로 나뉘고, 나의 유일한 일터인 내 눈앞 가마터의 불꽃은 언제 꺼질지 모르게 힘없이 타오르지만, 나는 한쪽 얼굴의 귀신과 고산의 신비와 경전의 힘으로 이 이야기를 전부 토해낼 거야.


그러면 한쪽 얼굴의 귀신과 고산의 여신과 경전이 모두 자유를 얻을지 몰라.

그 힘으로 당신에게도 자유가 찾아올지 모르지.


이제 긴 여행을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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