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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디터 Mar 23. 2024

4회 : 연의 숲-스스로 깨닫는 자가 도달하는 숲

오늘은 하늘을 바라보는 데 구름마다 움직이는 속도가 다른 거야. 구름의 크기와 모양이 달라서 바람을 타고 넘는 자세가 다른 거겠지.

예전에 지금은 기억나지도 않는 돌 모양의 괴로움이 나를 자꾸 때리고 짓이겨서 너무 아팠어. 그때 하늘을 바라보았더니 하늘은 파랗고 태양은 유독 붉어서 서로 힘을 겨루다가, 저 먼 숲에서 넘어오는 회색 어둠으로 구름도 하늘도 태양도 물들어 버렸어. 그러면서 내 괴로움도 회색 어둠 속으로 저 멀리 사라졌지.


당신과 내게 어떤 차이가 있어서 하늘과 태양처럼 서로 다른 색을 지닌다 해도, 어느 순간에는 저 회색 어둠 속으로 다 사라질 거야. 회색 어둠은 낮과 밤 사이에 있는 경계의 색인데, 사실은 그런 모호한 경계가 있어줘서 낮도 밤도 다 어색하지 않게 조용히 퇴장할 수 있는 거 같아.


평온한 인의 숲, 기쁨 가득한 천의 숲.

오늘 밤에는 스스로 깨닫는 자가 도달하는 지혜의 숲, 연의 숲에 대해 들려줄게.


사람들에게 연의 숲은 가장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숲이야. 책을 읽고 지식을 얻는 건 쉬운데, 내 안에서 솟아나는 지혜란 뭘까? 지식 한 줌 가져본 적 없고 더군다나 9지혜가 뭔지도 모르는 나 같은 사람은, 사람이 지혜롭다는 게 어떤 모습인지 상상할 수도 없고, 그렇다면 지혜라는 게 어디에 쓰는 건지, 내 배는 부르게 해주는 건지, 하나도 몰라.


누군가 그러는데 연의 숲은 안개가 가득해서 눈을 아무리 크게 떠도 소용이 없대. 그 안갯속에서 눈만 비비고 있다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못 나가고 내 영혼조차 모든 생기를 잃은 채 사라지는 거지.  

사실 연의 숲은 소리로 이루어져 있어서 눈을 감고 목소리를 따라가야 한대. 지혜의 숲에 도착한 영혼은 연의 숲에 가득한 지혜와 깨달음을 따라 한걸음 한걸음 내딛으며 평온과 안식을 이루, 다음 생을 기약하는 거야.


나같이 배우지 못하고 글자 하나 모르는 사람 안에도 지혜라는 게 있을까? 내 영혼이 연의 숲에 도착한다면, 내 영혼을 이끌어주는 지혜의 목소리는 누구의 소리일까? 그 목소리는 내게 어떤 말을 할까? 만약에 목소리가 수천 개라면 나를 위한 지혜의 소리는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내 안에 지혜가 깃들어 있다면 나는 그걸 꼭 한번 만나고 싶어. 나는 연의 숲에 도달하고 싶어. 안개가 춥고 나를 한 걸음도 못 나가게 막아도 내 어딘가에 존재하는 내 안의 지혜를 만나서 손을 잡아보고 싶어.


"나는 배우고 싶었어요. 나는 행복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나의 지혜여, 당신은 어디에 숨어 있었나요?"

"나를 빛나게 해 줄순 없었나요? 내 인생의 고단함을 덜어줄 순 없었나요?"

"혹시 어리석은 내가 부끄러웠나요?"


안개 가득, 앞이 보이지 않는 모호한 숲.

스스로 깨닫는 지혜로운 자가 도착하는 숲.

수천 개의 소리로 이루어진 연의 숲.

사람의 눈을 멀게 만드는 연의 숲의 안개는 고통일까, 축복일까?

눈을 감아야 제대로 보이는 것들은 무엇일까?

한번 감아볼까?

저 멀리 흐릿한 게 뭐지?

나의 슬픔과 거짓말인가?

아니네, 검푸른 바다야.

마음속에 왜 바다가 있지?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다가, 흰 눈이 바다를 덮어버리는데도 움직임이 없는 침묵의 바다.

마치 내가 빚는 흙가마의 저 깊은 웅덩이를 닮았어.


당신도 눈을 감아봐.

어쩌면, 우리의 죽음이 연의 숲에 도달할 수도 있잖아.

안갯속에서 헤매지 않고 눈을 감을게.

눈을 감고 지혜의 목소리를 찾아서 따라갈게.

절대로 안갯속에서 눈을 부릅뜨지 않을게.

보이지 않는 걸 보이는 척 헤매면서 죽지 않을게.

당신과 나, 우리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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