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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i Jul 26. 2020

북한산 둘레길, 스탬프 투어 준비물은 근성

[북한산 둘레길 완주기 上]

북한산 둘레길은 총 71.8킬로의 저지대 수평 산책로다. 2011년에 완성된 길로 스탬프 투어도 운영하고 있다. 서울 둘레길에 비해 스탬프 투어 완주가 생각보다 좀 까다롭다. 서울 둘레길은 아무래도 '서울'이라면 북한산은 확실히 멀고, 인프라도 좀 다르다. 코스는 21개로 세분화되어 있어서 좀 더 편할 것 같지만, 어디서 어떻게 끊어서 가야 할지 계획을 세우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게다가 21번째 코스는 예약제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북한산 둘레길을 2/3 정도 걸었다. 혼자 알아보다 놓친 것도 있고 시행착오도 있어서 적어둔다.

북한산 둘레길 코스와 포토 포인트



드디어, 북한산 둘레길이다. 서울 둘레길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북한산 둘레길 스탬프 투어를 시작했다. 서울 둘레길 8코스와 겹치기 때문에 하는 김에 같이하면 쉽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울 둘레길 걸어보니까, 스탬프 찍는 게 상당히 재미있었다. 멀어서 귀찮게 느껴지는 코스도 "자, 오늘도 스탬프를 찍어볼까!" 생각하면 자리에서 번쩍 일어날 수 있었다. 어느새 스탬프 컬렉터가 되어버린 몸. 북한산 스탬프도 가볍게 클리어하겠다고 다짐했다.

일단 북한산 스탬프 투어 패스포트(이하 패스포트)를 사야 한다. 패스포트는 어디서 사는가. 북한산 인근의 관련 지원센터 10 군데서 판다. 그러나 놀랍게도! 생각보다 그 10군데가 전부 찾아가기 만만치 않다. 일단 시작을 어디서 할지 동선을 짠 다음, 그곳에서 가까운 지원센터를 찾아가자. 나는 서울 둘레길 8코스를 만나는 지점인 18구간, 도봉 둘레길 안내소에서 시작했다. 적당히 "북한산 스탬프 패스포트" 달라고 하면 된다. 유료 판매이며, 3천 원이다.

스탬프 살 때 지도도 사자. 천 원이다. 나는 지도도 파는 줄 몰라서 스탬프 패스포트만 사서 고생했지 뭔가. 사실 처음에 지원센터 가서 "지도는 없나요?"하고 물어봤는데 글씨가 참깨만 하게 쓰여있는 A4용지 공짜 지도 한 장 주면서 "여기 잘 나와있어요"하고 말았단 말이다. 그 쪼끄만 지도 보느라 고생했다. 금세 너덜너덜해지고 말았지. 큰 지도는 판매용이라는 걸 둘레길 반쯤 걷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나는 정말 천 원짜리 지도 정도 백장쯤 살 수 있는 재력이 있는데... 나에게 지도를 팔지 않았어... 매우 원통했지만 뒤늦게라도 냉큼 샀다.

스탬프북이 생기면 이미 다 해낸 것 같은 마음이 들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거 도장받는 것도 난이도가 보통이 아니다. 스탬프를 찾아가서 찍는 게 아니고, 정해진 포토 포인트에서 인증샷을 찍어서 지원센터로 가서 찍어달라고 해야 한다. 그것도 정해진 위치와 각도로 그러니까 무려 21곳의 포토 포인트를 찾아서 21장의 셀카를 빠짐없이 찍어서 보여줘야 한다는 것. 근데 이게 누가 찍어주면 그나마 나은데 혼자 셀카로 찍기가 은근히 쉽지가 않다. 셀카봉 없이 찍으면 예시로 나온 사진보다 얼굴이 무지 크게 나온다. 그래도 예시 사진과 구도와 특징적인 건축물 등이 대략 맞으면 문제없는 듯했다. 재주껏 찍자. 자신 없으면 셀카봉 준비.

위와 같이 포토 포인트 안내판이 풀 사이에, 모서리에 숨어있는 경우도 있었다. 보통 인증 포인트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지 않은 코스 중간에 들쑥날쑥 있기 때문에 빠트렸다가는 그 코스 다시 걸어야 하는 수가 있다. 게다가 지도에 잘 표시되어 있지도 않다. 패스포트 잘 봐야 한다. 포인트를 놓치는 일이 일어나는가? 일어난다. 누구한테? 저요 저요! 초반에 인증 장소 놓쳐서 다음날 코스 하나를 통째로 다시 걷는 사태가 벌어졌다. 생각하니까 다시 눈물 나네. 서울 둘레길 안내와 스탬프 위치가 얼마나 친절하고 잘 보이게 되어있는지 새삼 감사할 따름이다. 북한산 안내판들도 좀 익숙해지니까 눈에 보이는데 처음에는 좀 놓쳤었다.

게다가 나처럼 내성적인 사람은 어색한 미소를 짓는 셀카를 낯선 사람에게 보여주는 거 좀 민망했다. "이거 11코스, 이거 12코스고요..." 하면서 숙제 검사하듯 사진을 하나씩 보여주어야 했다. 이 민망한 시간의 단축을 위해서 브런치 비공개 게시물을 하나 만들어서 인증샷을 죽 순서대로 편집해서 갔다. 위 사진에 나온 고운 손은 내 손 아니고 국립공원에 근무하시는 분 손이다. 깔끔하게 시원시원 찍어주셨다.

자, 이제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운동을 하러 가는 건지 인증샷 퍼레이드 하는 건지 좀 헷갈리지만 그래도 남는 건 스탬프니 보람차다. 처음에 어디서 시작하나 막막했는데, 어디서 시작하건 상관은 없다. 그래도 패스포트 산 곳에서 시작해서 한 방향으로 도는 게 헷갈리지 않아서 좋다. 실제로 걸어보면, 길 표시는 '소나무 숲길'이라고 되어 있는데, 그게 몇 번 코스인지는 도무지 가르쳐주지 않아. 방향이 헷갈릴 때면 매번 코스명과 코스 번호를 다시 확인해야 했다. 그리고 인증샷 정리도 헷갈린다. 나는 18코스에서 시작해서 시계방향으로 걸었다. (18->19->20->1->2 순)

참, 21코스인 우이령길은 사전 인터넷 예약해야 한다. 어디서? 여기서

    -> 국립공원공단 예약통합시스템 

장마철에 예약을 해서 그런지 예약이 쉬웠다. 하루 1천 명 예약을 받는데, 우이 쪽 출발 500명, 교령 쪽 출발 500명이기 때문에 어디서 출발할지 미리 결정하고 예약해야 한다. 인터넷 예약이 기본이고 고령 및 외국인은 전화예약도 가능하다고 한다. 예약을 하면 카톡으로 QR코드를 보내준다. 이 QR코드와 함께 신분증도 지참해야 한다. 시간도 엄격하다. 오전 9시에서 4시 사이. 대체 왜. 이렇게까지 길을 통제하는 걸까.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일단 가보도록 하겠다.

기상특보가 내려지면 출입 자체가 안된다니 출발 전에 미리 확인 필요. 탐방 통제정보는 여기서 얻을 수 있다.

    -> 실시간 탐방 통제정보


총 72킬로, 몇 차례 나눠서 걷는다면 완주 자체는 어렵지 않은 둘레길이다. 하지만 21개 포토 포인트를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성공적으로 인증샷을 찍으냐가 관건이다. 최고의 준비물은 역시 근성이다. 인증샷을 놓쳤다면 걸은 길도 다시 걸을 수 있는, 스탬프를 꼭 찍고 말겠다는 근성이다. 자신에게 파이팅!


이어서 하편은 아래 링크를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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