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ei Aug 04. 2020

쿨한 배지를 받으려면 걷자

[북한산 둘레길 완주기 下 ]

서울 둘레길에 이어 우여곡절 끝에 북한산 둘레길을 완주했다. 너무너무 뿌듯하다. 스탬프 찍어서 배지를 받아야겠다는 강인한 의지가 없었다면 포기하고 말았을 정도로 개인적으로 사건사고가 많았다. 하지만 배지가 예뻐서 모든 걸 잊고 만족했다. 아래 포스팅에 이어서 북한산 둘레길 스탬프 투어 완주 기를 정리했다.

서울 둘레길의 절반 정도 길이(71.8킬로미터)인 데다, 서울 둘레길 8코스와 30킬로 이상이 겹쳐서 쉽게 끝날 줄 알고 시작한 북한산 둘레길. 하지만 장마철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비로 인해 더위와 습도로 인해 생각보다 힘들게 끝났다.

북한산이 생각보다 멀다는 것도 완주의 걸림돌이었다.시작할 때만 해도 근성만 있으면 될 줄 알았는데 머나먼 북한산을 생각보다 여러 번 방문해야 했다. 내 경우엔 코스 시작점에 따라 왕복 3시간 반에서 4시간 정도 걸렸다. 5,6시간 걷고 3,4시간 걸리니 하루가 꼬박 지나갔다. 중간에 점심 저녁까지 먹으려니 시간이 상당하다. 땀 흘리고 비에 젖어서 시골쥐 같은 몰골로 대중교통을 타는 것도 좀 민망한 일이었다.

일단 서울 둘레길과 달리 북한산 둘레길은 길 자체는 단순하다.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구간도 있다  대부분 직진하면 되고, 헷갈리거나 엉뚱한 길로 가게 될 가능성은 적다. 각 코스도 다소 짧아서 걷다가 더 걷고 싶거나 그만 걷고 싶을 때 탈출구 간이 자주 나오는 편이다. 보통 1~2시간이고 긴 코스가 2시간 반이다. 물론, 체력과 날씨 상태에 따라 시간은 달라질 수 있다. 나는 안내된 시간보다 늘 더 걸렸다. 남은 시간이 잘 가늠이 되지 않는다면 곳곳에 설치된 둘레길 거리표를 확인하자. 모든 구간이 나와있는 건 아니지만 참고가 된다.

거리표 외에도 길안내 표지판은 상당히 많은 편이지만, 초반에는 헷갈리기가 쉽다. 구간 번호가 병기된 경우에는 덜 헷갈리는데 길 이름만 쓰여 있으면 방향이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이 걷고 있는 길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는 것도 벅찬 일이다. 위 사진처럼 왕실 묘역 길, 방학동길, 소나무숲길, 우이령길이 줄줄이 쓰여 있으면 방학동길을 다 걸은 시점에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좀처럼 감이 잡히질 않는다. 내 경우엔 그날 걸을 길 이름을 작은 지도에 미리 체크해서 수시로 확인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냥 5구간, 6구간 등 직관적인 이름을 모두 병기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북한산 둘레길이라고 숲 길만 있는 건 아니라 이런저런 쉬엄쉬엄 볼거리들도 있다.

물론 개인적으로 원한을 가진 구역도 있었는데, 평창 마을길이라고...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한 길이었다. 그건 아래 서울 둘레길 8코스를 정리한 포스팅을 참고하자.

북한산 둘레길 완주 인증서는 따로 발행되지는 않는다. 스탬프북 맨 뒷장에 있고 발행 넘버로 따로 관리되지 않는다. 서울 둘레길은 발행 넘버와 별도의 인증서가 있다. 하지만... 배지가 못생겼다. 정말 못생겼다. 북한산 둘레길은 스탬프 선도 가늘고 예쁘더니 배지도 예쁘다. 디자인하신 분 복 받으시라.

아래 사진은 인증 스탬프를 찍어주시는 북한산 국립공원 탐방안내소의 다정한 직원 분의 고운 손이다.

짠. 자랑하려고 배지 사진을 크게 찍었다. 땀 뻘뻘 흘리며 모기에게 뜯기면서 걸은 7월의 추억으로 남기게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지막 여정, 기나긴 8코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