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영화에는 로봇에게 해당하는 대원칙이 자주 등장한다. 로봇들은 3원칙 아래에서 자유롭게 인간을 돕는다. 하지만 특정한 이유로 이 원칙들에 금이 가면서 사건 사고들이 발생하고 만다.
첫째,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가하거나, 혹은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둘째, 로봇은 첫 번째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인간이 내리는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셋째, 로봇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원칙을 위배하지 않는 선에서 로봇 자신의 존재를 보호해야 한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로봇 3원칙, 1942년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의 공상 과학 소설 '런어라운드(Runaround)'에서 처음 언급)
과연 로봇에게만 원칙이 필요한 것인가? 현대의 직장인에게도 원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근로자는 노동력과 시간을 제공한 대가로 월급을 받는다. 과거 2,3차 산업의 시대보다 개성을 살려 일을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많은 직장인들은 거대한 자본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조직의 존속(월급을 생성해 내는 존재이므로)과 성과를 빌미로(한정된 자본을 차등 지급해야 하므로) 희생되고 있는 직장인들을 우리 주변에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는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4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경제활동인구조사 취업자 인구 비율 기준에 따라 진행한 정신상태 점검 설문조사 결과를 28일 공개했다. 설문 결과를 보면 한국 직장인들의 우울 척도 평균점수는 5.62점으로 '가벼운 우울증상'에 해당했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4012811351806256?utm_source=naver&utm_medium=search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우울 척도 평균 점수는 “가벼운 우울증상”이라고 한다. 대한민국 평균이 ‘가벼운 우울증상’을 겪고 있는 상태라는 것은 쉽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각자 처한 환경과 조건이 다르겠지만, 직장인에게도 자신을 지키기 위한 원칙이 필요하다. 유연하게 개인에게 맞는 여러 원칙들을 세워서 타협의 경계선을 정해도 좋겠다. 그러나, 제1 원칙만큼은 ‘절대 자기 자신을 잃지 않을 것'이 되어야 한다.
직장인들은 영화 속 로봇과 별반 다르지 않게 부품처럼 취급되는 경험이 많을 것이다. 승진과 성과를 빌미로 무리한 일을 떠맡기도 하고, ‘지급’이라는 단어로 말도 안 되는 시간 안에 보고서를 내놓으라고 요구받기도 한다. 한정된 시간 안에 신속히 일을 처리하려면 반드시 개인의 시간과 감정이 소모될 수밖에 없다. 결국 개인의 삶을 희생하는 것이 불가피해진다. 그런 순간들이 많아지고 쌓이면 서서히 우리는 자신을 잃게 되고 이런 상태에서 우울한 감정은 쉽게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제1원칙을 단단히 지키면 다른 원칙들은 견고하다. 영화에서도 대체로 1원칙에 문제가 생겨 로봇과 인간의 공생이 파국으로 치닫는다. 직장인의 제1원칙을 자신을 지키는 데 두면, 중심은 흔들리지 않는다. 여러 시련이 다가와서 ‘나답지’ 않는 행동은 하지 않으면, 가는 도중 풍파가 있을지라도 우리는 괜찮을 수도 있다. 요즘 직장생활에서 나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거나, 길을 잃을 것만 같은가? 직장인의 제1원칙을 점검해 보자. 어느 지점에서 나를 잃고 있는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