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비틀거리던 봄날이었습니다. 아파서 암에 쫓겨 세상을 떠난 엄마를 이야기 속에서 다시 살릴 수 없을까? 엄마에게 젊음을 불어넣어 주는 신비의 약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런 불가능한 일들을 상상하며 동굴 속에서 지내던 날들이었습니다. 노인이 된 채 혼자 남은 아빠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의 과거를 곱씹고, 그의 미래를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마음을 쏟을 길이 없어 하얀 화면에 활자들로 이야기를 토해냈습니다.
그렇게 '증강 노인'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증강 노인 속 노인 재정, 범수, 현애, 진수는 '나'입니다. 증강 노인 속 청년 지민도, 찬도, 기준도 '나'입니다. 부족한 첫 소설은 저를 많이 닮아서 다시 보려니 부끄럽기도 하고 애정도 가네요. 증강 노인을 세상에 내어 놓고도 각 인물들의 백그라운 스토리를 적어 놓은 메모를 가끔 꺼내어 봅니다. 아직 인물들이 못 다한 이야기가 있다고 말을 걸어옵니다.
단편 소설 증강 노인은 마침표를 찍고 세상에 나왔지만, 다시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할 때이기도 합니다. 코끝이 시려지는 겨울, 증강 노인의 장편화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하니까요.
첫 작품을 마주하면, 홀가분하고 신이 날 줄 알았는데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몰려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편집자님의 연락을 받았을 때는 무척이나 기뻤고, 독자가 되어 이 글을 오디오로 들으면서 독자들이 실망할까 봐 겁이 났고, 저의 소설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는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든 감정들을 가슴에 품고 나아가야 할 때라는 것을 압니다. 아직 꺼내지 못한 많은 이야기가 손 끝에서 맴돌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