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용 자전거가 따릉이에 있다는 사실을 ... 오늘 알았지 머야!
어제
얼마나 먹어야 지치지?
를 시험하듯이
너무 많이 먹고 자버렸다.
9월 한 달의 휴직으로 얻게 된 행복한 휴식들이
나의 몸무게를 +4KG 찌워주고,
나의 수면시간은 + 4시간을 늘려주고,
그리고 요즘 하루하루 시간
가는 것이 두려워 졌다.
추석만 지나면 출근인데,
그 날이 다가오는 시간이
왜 이렇게 두려울까?
무엇이 두려운 걸까?
무엇이 나를 이렇게 또 하루하루
후회하는 순간들을 반복하게 하는 걸까?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 한 잔
운동 레슨이 있으면 샤워후 바로 운동하러 가기
없는 날은 바로 넷플릭스 접속해서 보던 것 시즌별로 다 보기
그러다가 조금 심심하면 남편한테 가서,
나가자고 조르기.
어떤 날은 알차게 자전거도 타고,
책도 빌려서 읽고,
글도 쓰는데..
**보름중에 하루 정도 알찬하루**
어떤 날은
나머지 날은
멍하게 있거나
낮잠을 자거나
폭식을 하거나
맥주와 와인으로 취하거나
넷플릭스를 계속 보거나
**시간들을 흐르게 두었다**
그런 날들을 언제 또 다시 경험할까 하는 마음에
게으름과 폭식을 장착하고 몇 일을 보냈다.
잘 일하는 법만 배웠지,
잘 쉬는 법은 못 배운 티가 난다.
그리고 드디어~ 또 자전거를 타는 오후의 여유
오랜만에 따릉이 어플을 열고,
따릉이를 빌려준다.
자전거가 낮고 조금 작은 편인데,
난 오히려 새로 나온 따릉이구나 생각하며
새것에 대한 욕심에 바로 예약하기 등록!!
그리고 타고 이동하는데,
순간 아차 싶었다.
너무 속도가 나지 않고,
너무 앞으로 가지 않고,
이동하는 순간순간 너무 힘들었다.
남편과 속도가 비슷하게 항상 가던 길이었는데,
잠시 지나서 남편의 뒷통수가 보이지 않았다.
다리도 묵직하고 숨은 턱 까지 차오르고,
바로 이 자전거가 이상하다 느껴졌다.
그런 나를 이상하게 여긴 남편은
기다리고, 나의 자전거를 유심히 살피더니,
"유아용 아니야?
처음에 탔을때 이상하지 않았어?"
**빌리자 마자 내가 쌩하게 앞질러 가서,
남편은 자세히 보지 못했지.. ㅋㅋ**
"아니 그냥 새것이구나 생각하고, 탔는데 몰랐어!!
힘들어서 못가겠어!! 바꿔죠!!!"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던 남편은
"아니 그걸 왜 지금 아냐~ 신기해!!"
하더니 육중한 몸을 작은 자전거에 올라탄다.
그 뒷 모습이 어찌나 웃기고,
실수한 내가 어찌나 어이없던지..
큰 소리로 웃음이 나기 시작했다.
엉기적, 엉기적, 페달을 밟으며
힘들게 몸을 올려서 힘껏 밟지만
여전히 속도가 나지 않는 자전거.
그리고
그의 속도에 맞혀서 미안함을 달래고 싶은 나
그렇게 우린 자전거를 바꿀수 있는 곳까지 달려갔다.
달려간 것 보다.. 걸어갔다.. 자전거 걸음 (ㅎㅎ)
뒷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웃음이 빵 터지든지
약간의 짜증섞인 말 한마디와
가볍게 바꿔주고 묵묵하게 타고 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생각해 보니, 내가 뭐 하잔 걸 한 번도 안해!라고 하지 않고,
그냥 계속 함께 해줬네, 많이 신경질 나고 화도 났을껀데 맞춰준 사람이네..'
요즘 출근이 다가오니 짜증이 나서 한숨을 쉬었더니,
출근하면 살이 빠질꺼고, 더 활기차게 될 나의 모습을 미리 그려준 남편
그런 남편에게, 출근하면 얼마나 스트레스 받을지
투덜 거렸던 나.
그런 나의 모습도 등 토닥 거리며
그냥 웃으면서 안아주었던 다정한 남편.
물론 그 사이에 오고가는 화 돋구는 말들도 있지만,
남편으로 인하여 오늘 하루도 웃음이 가득찼다.
그렇게 나는 또 사는 법을 배웠고,
짜증을 없애는 법을 배웠다.
이 번 한 달은 정말 게으름이 얼마나 지겨운지도 배운듯 하다.
남편에게 고마움을 답례라도 하고 싶었던 걸까?
한강을 한 없이 페달을 밟아 달리다,
잠시 쉬게된 편의점에서 치킨 냄새가 진동을 한다.
"치킨이나 먹을까? 한강에서? 돗자리 사서?"
"잠만 내가 치킨 좀 보고 올께, (.....)"
"여보 돗자리는 집에 있는데 또 사기 아깝고,
치킨도 맛없어 보여서. ㅎ 맛집 찾아볼께!!"
예전에 어릴적 먹었던 빨간 닭 바베큐가 먹고 싶다던
남편의 말이 떠올라 나의 본능!!! 음식점 찾기 레이다를 켜고,
자전거로 10분 내외 거리에 있는 숯불바베큐 집을 찾아냈다.
그 맛이 남편이 원하는 맛인진 몰라도
여러장의 리뷰와 사진을 보여주었다.
"오!! 사진은 내가 원하는 딱 그건데!! 가보쟈!!"
유아 자전거를 성인용 자전거로 교체하고,
바로 달려주었다.
성인용 자전거로 페달을 밟으니
속도가 드디어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도착한 바베큐집!!
약간 분위기가
대학생때 학교 선후배랑 모였던 그런 곳 같았다.
추억이 살아난다.
주막과 같은 분위기 같고,
오래된 술집 같은 느낌!!
그래서 바베큐 같은 분위기가 나지 않아 살짝 걱정되었는데,
음식들이 나오고 생맥주 한 잔을 들이켜는 순간
괜한 생각을 하는구나 싶었다.
정말 숯불에 구운 바베큐 향과
바베큐를 감싸안은 매운맛의 소스들
그리고 달짝지근한 하얀무
케쳡과 마요네즈의 버무린 것들은 다 맛있는데,
거기에 양배추면 예술이지 않나?
그렇게 허겁지걱 먹고 난 뒤,
한 장의 사진을 찍었다.
"다 먹은것 인증해야지!!"
"쟈갸!! 식샤를 합시다 찍니?ㅋㅋㅋ 유투브 할꺼야?"
"안해!!!! 귀찮아"
"왜? 이런것 좋아하니 잘 하면 괜찮지 않냐?"
싫다.
꾸준하게 해야하는 것도
그리고 그걸 잘 해야 하는 의무감도
당분간은 그냥 게으르게 살아볼께
오늘도 감사한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