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남편이 한다.
1610
어제 저녁 근무로 20시 넘어서 퇴근한 나는 오늘 얼리아웃을 하기로 하고,
16시 퇴근을 목표로 아침부터 빠릿 빠릿하게 업무를 몰두 하였다.
17시 15분에 베놈 영화를 보기로 한 남편과의 데이트를 맞추기 위함도 있고,
점심때 진행한 고객과의 미팅이 길어져서 점심 식사를 건너뛰어버린 나는 늦은 점심을 빨리 먹고 싶은 마음도 컸다. 남편에게 카톡으로 만나자 마자~ #베놈 영화 보기 전에 회전초밥 먹고 가자 라고 강하게 말해두었고, 시간을 맞춰 오라고 몇 번의 톡을 남겼다. 그런데.. 꼭 이런 날 미팅이 길어지거나 팝업의 일이 생기는 법칙은 바뀌질 않는다. 결국 16시 10분이 되어야 정리가 되었고, 짐을 챙겨 폰을 보니, 16시 20분이 되어갔다.
서서 기다리는 남편 얼굴이 생각나 바로 부리나케 달려가면서 전화를 했는데, 천천히와 라는 목소리에 안도감과 함께 약속된 장소로 향하였다.
1630
이미 샌드위치 반 조각만 먹은 나는 배가 너무 고팠고 허겁지겁 스시 접시를 치워냈다.
영화 입장 시간 타이트할까 걱정했던 우리의 우려와 다르게 너무 빠르게 식사를 치워내는 내 속도
잘 먹는 나에게 남편은 이제 조금 많이 놀라는 듯 하다. (ㅋㅋㅋㅋ)
17시 되기 5분 정도 여유를 남겨 두고, 우리는 자리에 일어서서 영화관 입구를 향하였고, 그 초입에 있는 씨네샵을 또 다시 들리게 된 남편. 다른 욕심 하나 없는 남편 (옷, 운동화, 물욕이 전혀 없다. )
그런데 문구류에는 왜그렇게 욕심을 낼까? 한 번씩 집중해서 쇼핑하고 아이템을 하나씩 들고 와서 결재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정말 웃긴건 같은 종류의 펜과 메모지, 노트 등등 집에 많은데, 나름 이유가 있다.
이 디자인은 하나도 없고, 처음 사는 거라며, 같은 볼펜이 아니라고 하는데, 사지 말라는 말을 하면,
"여보!! 난 진짜 아무것도 안 사는데, 이 정도 하난 사도 안되냐?"
라며 강하게 주장한다. 그 모습이 엄청 웃겨서 눈물나게 웃은 적도 있다.
유심하게 이리 저리 돌아보며 한 손에 또 무엇인가를 들고 왔다.
"이게 뭐지? 접착이 있는 포스트잇 인가? 나 포스트잇 필요한데.. "
"여보!! 이거 메모지야, 그냥, 접착력 없어. 그리고 저번에 포스트잇 찾아서 내가 한뭉탱이 찾아 줬잖아. 많다고 좋아했으면서.."
"(아무 소리 안들림) .... 이거 사야겠다."
7500원 - 메모지 하나에 7500원? 헉!
행복해 하니 만족한다.
"남편 그냥 운동화나 옷을 사면 안될까? 그건 안 필요해? "
"아니~ 괜찮아! "
"그걸 사야 내가 사도 부담 덜 느끼잖아!! ㅋㅋㅋㅋ"
"쟈긴 사~ 난 필요없어~ ㅎㅎㅎ"
그렇게 뿌듯한 쇼핑을 마치고, 영화 베놈을 보고 집으로 왔다.
베놈.. 뭐 이런 .. 잼없는 영화... 참.. 그래..
집에와서 나의 에코백에서 짐들을 꺼내 정리하면서,
메모지를 꺼내 남편에게 건네는데..
"쟈갸!! 나한테 안 줬음 나 까먹었을꺼야~ㅋㅋㅋ 생각도 못했어!!"
헐!! 대박!!! 뭐지? ㅎ 그냥 산거니?
그래 그냥 쇼핑으로 만족한다면 이해한다.
그런데 그냥 산 걸로 메모지 7500원이면 넘 하지 않니?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