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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23일

나에게 적는 쪽지

by So Harmony 소마필라
4월 23일 토요일

주말 출근의 발걸음이 가볍다.

웨딩이 없는 주말이고, 지난 주말에 늦게 퇴근했던 시간 덕분에 오늘은 일찍 퇴근을 하는 날이다.

그리고 거의 5년 만에 대구 친구들(대학동기)을 만나러 가고, 부모님 댁에 가는 길이다.

남편을 떼어 놓고 혼자 대구로 가는 길은 낯설기도 하고 약간 어색하기도 하다.

남편과 떨어져 외박을 하는 두 번째 날이기도 하다.

(22년 3월 29일 친구들과 신라호텔 호캉스 1박을 하였다.)


15시 조금 넘어서 업무를 정리한 후, 캐리어를 들고 퇴근을 하였다.

서울역에 도착해서 17시 20분 기차를 16시로 바꾸고, 빠르게 뛰어서 플랫폼에 서있는 부산행 KTX에 몸을 실었다. 당일 표는 일정 변경이 APP에서 되지 않아 직접 역에 방문 후 일정 변경을 하였다.


'아 ! 드디어 대구 가는구나! 엄마 아빠 깜짝 놀라시겠는걸! ㅋㅋㅋ'


사실 엄마한테 아빠에게 내가 간다는 말을 하지 말라며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꿈꾸며, 엄마에게도 거짓말을 하였다. 24일 오전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친구 결혼식으로 혼자 오전에 일찍 가서, 25일 오전에 서울 올 예정이라며 결국 두 분에게 거짓말을 하며 놀랠 두 분의 모습을 상상하며 대구 가는 길 내내 설레였다.


도착하자마자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하였고, 미리 받아둔 비번을 외우며 엘리베이터를 탑승하였다.

드디어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그 순간부터 아이폰의 카메라를 클릭하고, 동영상 버튼을 눌렀다.


"삐빅 삐빅 삐비빅~"


현관문을 열고, 거실 너머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뭐고? 무슨 일이고?"


아빠의 다급한 목소리와 엄마의 놀란 표정이 나의 눈앞에 펼쳐졌고, 갑자기 하얀 엄마의 머리카락과 더 늘어난 주름의 미소가 나를 울컥하게 하였다. 엄마는 얼굴이 빨개지며 미소보다 깜짝 놀라서 화난 표정이었다.


"아니!! 니가 왜? 뭐꼬? 아니 이시간에 왜!!"


두 분의 당황한 모습, 놀래는 모습과 다급한 외침에 나는 연이어 웃으며 영상을 촬영했다.

아빠의 넋 나간 모습과 엄마의 나 또한 속았다는 짜증 난 모습과 내가 왔다는 기쁨의 미소와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을 목소리와 얼굴 표정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분의 나이 든 모습에 내 마음에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올라왔다.


"니!! 진짜 이러지 마라! "


아빠의 울먹거리는 한 마디에 다시는 그러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예전의 깜짝 놀라는 이벤트는 어려서 가능한 듯하다. 지금은 이렇게 갑자기 나타나면 걱정과 놀라움 그리고 짜증이 올라온단다. 부모님과 내가 그만큼 시간을 건너온 듯하다.


캐리어를 내가 잠시 머물 방에 던져놓고, 나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나갔다.


"야!!!!!!! 올 만이다! 하나도 안 변했네! 닌 너거 엄마 모습이다."


친구들이 날 보자마자 건넨 한 마디.

나이가 들수록 난 점점 엄마의 모습이 되었다.

그리고 몸무게의 앞자리가 바뀐 후, 난 점점 더 엄마의 모습을 닮아갔다.


즐거운 수다와 기억나지 않는 과거 이야기를 하며, 친구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걸음을 향하였다.


"어디고?"

아빠의 카톡...

"집 앞! 다와가!"

나의 카톡...


아파트 공동 현관으로 향하는 길에 아빠의 뒷모습이 보였다.

예전에 엄청 크고 든든하게 느껴졌던 아빠의 뒷모습. 지금은 약간 작아져 보이는 아빠의 뒷모습.

나를 기다리던 아빠의 모습에 또 한 번 더 울컥하였다.

남은 시간 부모님과 함께 즐거운 기억 만들고 서울로 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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