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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루일상

거짓말

내가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

by 하루

중년의 나를 흔들리게 하는것같은 몇 가지를 어제 일기장에 적어보았다. 한 가지씩 한 페이지에, 여러 날에 걸쳐 적어볼 생각이다. 그러다 보면 실마리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살아가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는데 그중하나는 진실/진심이다. 실수에는 관대할 수 있으나 거짓말에는 너무 화가 나고 실망까지 하는 경우가 있다.

아들에게도 거짓말은 절대 있을 수가 없고 엄마가 제일 화가 나는 거라고 누누이 이야기해 왔다.


돌싱들이 모여있는 카페에서도 몇 년 전부터 글을 쓰면서 진심이 중요하다고 반복해서 이야기하다가 문득, 요즘말로 내가 진심충인가 싶은 마음이 들었다. 충이라는 말은 싫어해서 진심변태 인가로 바꾸었지만. (그게 더 심한 말인가?;) 가끔은 이상한 나라에 들어온 앨리스처럼 내가 이상한 건가 싶을 때가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모두가 그런 건 당연히 아니겠지만 그냥 내가 느끼기에..) 그렇게까지 중요한 것 같지 않은데 내가 너무 진지하고 재미없고 이상한가 싶은 생각이 가끔 나를 괴롭힌다. 그럴 때는 잠시 발을 뺀다.


어릴 때에, 아빠나 엄마, 또는 외할머니(할아버지는 퇴직하셔서 관련 인물을 만나본적이 없다) 관련한 사람들이 나에게 빈말로 칭찬을 하시거나,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아부성 멘트를 하시곤 했다.

초등학생 때에 부장인 아빠 때문에 과장님이 계속 나에게 칭찬을 하시는데, 그게 적정선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식사 내내 하시다 보니 너무 불편하고 싫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도 처음 한두 번 정도의 칭찬이나 빈말은 괜찮지만 그분은 너무 열심히 길게 여러 번을 하셨다.

요즘 이런저런 생각 끝에 아부나 과한 칭찬도 사실 어떻게 보면 거짓말의 범주에 들어가니,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떤 상처가 되었던 상황이 있었나 싶다. 칭찬이나 빈말에 좋아했다가 그게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상처받았던 유아나 초등학생시절의 뭔가가 있었던 건가.


나도 사회생활은 길게 해서, 상사에게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면) 조금 비위도 맞추어주고 아부성 멘트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조금을 넘어 과하게 하는 사람을 보면 매우 불편하다.


이혼하고 임용고시를 거의 1년 만에 붙었다. 어떤 분이 임용고시 1년 만에 붙는 법이라는 책을 내신 걸 보고, 아 그것도 콘텐츠가 될 수 있구나. 나도 써볼까? 하다가 ‘아니 그런데 내가 운이 좋아 그렇게 된 거지 내가 책을 쓰면 그 책을 보는 모든 사람이 1년 만에 되리라는 보장이 없잖아. 그러면 거짓말 아닌가? ’하는 생각에 접었다.

이것도 연결이 되는 것 같다.


거짓말, 빈말 이런 게 결국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인가 아닌가 하는 그런 척도가 된 것 같은데.. 이건 타협할 문제인 건가? 진실한 게 좋은 거 아닌가?? 거짓말은 하면 내가 듣고 알잖아. 뭔가 내가 조금 치우친 건 아닌가 싶은 걱정이 들면서도 쉽게 놓아지지 않는다. 그냥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 계속 오락가락하며 생각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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