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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루일상

뜨개선물

3년 전의 나의 노력

by 하루

아침에 출근하려다가 작은 가방 등이 담긴 통 맨 아래쪽에 박혀있던 편물을 발견했다.


이거 3년 전에, 신설교로 지원해서 오면서 같이 고생한 기관장, 부기관장님 그리고 동료들 모두에게 내가 떠서 만들어주었던 텀블러주머니였다.

깜짝 놀라게 해 주려고 몇 날며칠을 색깔실 세 가지로 해서 15개 정도를 떴었다. 소외되는 사람 없도록 계약직동료랑 급식실까지 해서 받고 놀랄 사람들의 표정을 떠올리며 매일 맘 졸이고 손 급하게 떴었다.

뜨는 김에 경기 북부에서 일하면서 친하게 지냈지만 지금은 다른 곳으로 가서 일하는 지인선생님들 것도 떴다.


일하시는 학교로 몰래 등기소포로 보내고 연락 올 때까지 두근두근하면서 얼마나 기다렸었는지.

그리고 직장에서도 한 번에 짠! 하고 꺼내어 선물하고 싶어서 완성되자마자 들고 가서 색깔 골라 가져가게 하고, 끈이 짧아서 불편하다는 분거는 길게 늘여드렸었다.


막상 나는 손잡이 있는 텀블러를 애용해서 사용하지도 않고 이렇게 처박아둘 거면서 그때 그렇게 애썼었구나. 내 마음을 담아 사방에 뿌렸구나 하는 생각에 안타까웠다. 지금 이걸 아직 사용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니 그게 중요한가? 그때 내가 행복했고 뿌듯했으면 되었지. 하지만 다시는 그러지 말자. 상대에게 필요한지 필요 없는지도 알 수 없거니와, 그에 비해 내가 너무 수고했었다. 필요로 하는, 나에게 의미 있는, 그리고 나의 수고에 감사해할 줄 아는 사람에게만 마음을 더 쓰도록 하자.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주려 했고, 누군가 생일이라고 하면 잘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커피 한잔이라도 사서 보내기도 했는데 그게 과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조금 더 이기적일 필요가 있다.


아침에 텀블러주머니를 보며 몇 년 전의 나에게 말을 걸고 있다. 원하는 게 뭐였을까? 난 그때 기분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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