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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루일상

독서모임

사람이 모이면.. 어렵다

by 하루

돌싱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약 2년 전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별생각 없었는데 오랜 댓글친구 중 한 분이 제안하셔서 ’ 음.. 한번 해볼까? 재미있을 거도 같은데..‘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대학생시절 영문학이 전공이었는데 엄청 잘했고 깊이가 있었고는 아니었지만 책을 읽고 사람들끼리 자기가 느낀 거 나누고 교수님 이야기 듣고, 찾아보고 했던 재미있던 기억이 있다. 책은 어릴 때부터 거의 매일 뭔가를 읽었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몇 년은 책에 손을 대지도 못했었다. 혼자 읽는 것도 좋지만 오랜만에 다른 사람이랑 의견을 나눠볼까? 이혼한 사람들끼리 이야기 나누면 뭔가 성장도 되고 힐링도 될 거 아니야?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향인이어서 그런가 개인시간이 부족해서 그런가 사람들이 모이는 걸 매우 좋아하진 않는다. 물론 어울리면 티 내지 않고 잘 놀고 나 스스로도 재미있었다고 느끼지만 에너지가 쭉쭉 빨리는 기분은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이 모임을 처음 만들 때에도 뭐 일 년 정도 하다가 망하겠지. 그러면 엇? 사람들이 안 오네 우헤헤 하면서 자연스럽게 관둘생각이었다. 어딘가에 얽매이는 것도 싫고 매달 특정 주말에는 다른 약속을 할 수 없다는 자체가 속박이기 때문에 내 성격에 딱 맞지는 않는다.


그 모임이 어쩌다 보니 1년 반이 넘어가고 있다. 모임날은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 덕에 반갑고, 새로운 생각들을 들을 수 있어 의미 있기도 했지만 모임날을 제외하고는 사실 스트레스이다.

온다고 했다가 취소하는 사람들 명단을 계속 정리해야 하고, 채팅방 분위기도 체크해야 한다. 그리고 모임일주일 전에는 발제문 만들어 돌리고, 식당을 어디로 갈 건지 투표하고 예약하고 모임 장소를 한 달 전 밤 12시에 자지 않고 기다렸다가 해야 하는 등 신경 쓸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점점 스트레스가 쌓여가고 있는데, 제일 힘든 건 예상하지 못한 포인트에서 누군가 감정이 상해서 화를 내면서 나가버리는 일이다. 지금까지 5번 정도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이 모임을 왜 하고 있는지 현타가 온다. 싸우거나 감정상하는 일은 내가 보기엔 정말 모르겠을 정도로 어리둥절하거나 깜짝 놀랄 일들인데, 어떤 분은 채팅방에서 주고받는 이야기 농담들이 안 맞는다며 나가버렸고, 또 어떤 분은 자기가 발표하기로 한 책에 대한 비평이 나오자 마음 상해 발표일전날 나가버리셨다.


물론 그럴 때 나에게 괜찮냐고 위로해 주시며 연락을 주시는 분들 덕에 감사하고 또 힐링되기도 한다.

그리고 마음 상해서 나간 분들이 꼭 나 때문에 나간 건 아니니 스스로 위안삼다가도 모임을 주관한다는 게 잘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구설수에 오르는 건데 왜 하고 있는 건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이 모임을 통해 누군가를 만날 생각은 없고, 소수의 인원이다. 그저 이혼한 40-50대의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끼리 밖에서 편하게 못하는 이야기를 고전을 통해 나누고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한 건데 요즘은 내 에너지가 너무 쓰이다 보니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생각 중이다.


오늘도 엄청 좋은 시간을 보내겠지. 멀리서 오시는 분들도 계시고 음식을 해오시는 분도 계시다.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고 사람에게서 치유를 받는다.

그래도 좋은 분들이 많아 지금껏 유지되어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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