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그림책 어떤 걸로 시작할까?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어 그림책 몇 권 소개드립니다. 제 아이들과 학생들 읽혀봤을 때 제일 인기가 좋은 영어 그림책들입니다. 우리 아이랑 무슨 영어 그림책을 읽어야 하는지 관심 있으신 분들은 주목해 주세요.
제가 생각하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어 그림책의 특징은 다음과 같아요.
1) 재미
2) 공감
3) 반전
일단은 내용이 재미있어야 하고, '어 나도 저런 적 있는 데' 하면서 주인공 이야기와 공감할 수 있고, 게다가 뒤에 예상치 못한 반전이 있다면 아이들이 엄청 좋아하지요. 물론 위의 3가지 요소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의 요소는 다양합니다. 제 아이들이 좋아했던 영어 그림책 소개드릴게요.
Good night, Gorilla
이 책은 글자가 거의 없어요. 제목인 Good night, Gorilla 가 아마 유일한 글자 일거예요. 그런데 아주 예쁜 색감의 그림이 예술이고, 그림만 보고도 내용을 알 수 있어요.
전반적인 내용은 동물원에 사는 고릴라가, 사육사가 "Good night, Gorilla"라고 밤 인사를 하고 갈 때 허리춤에 찬 열쇠를 쓰윽 훔치지요.
표지 보시면 고릴라가 열쇠를 훔치고 '쉿' 하고 서 있잖아요. '쉿, 조용히 해' 이런 상황도 아이들은 좋아하는 것 같아요. 좀 우스꽝스럽잖아요.
고릴라는 문을 열고 나와서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의 문을 차례로 열어줘요. 한 반 중에 우리에서 나온 동물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좋아했던 이유 중의 하나는 바나나와 풍선을 끌고 가는 생쥐의 모습 찾는 재미에 있었어요. 여기서 생쥐는 작아서 잘 안 보이지만, 아이들은 우리 어른눈에 잘 안 보이는 이런 작은 그림도 잘 찾아낸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불 다 끄고 누워서 까만 배경에 Good night, Good nignt 인사하는 장면은 정말 웃겨요. 저희 아이들은 이 장면을 좋아해서 여기만 보면 키득키득 거렸고, 자기 전에 자꾸 들고 와서 읽었지요. (책을 읽으신 분들은 공감하실 거예요)
Good Night, Gorilla (Peggy Rathmann)
아이들과 잠들기 전 기분 좋게 읽을 책으로 추천드립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재는 당연히 엄마, 아빠예요. mom, dad 만 나와도 아이들은 그냥 좋아해요. 엄마 아빠 말 잘 듣는 아이건 떼쓰는 아이건,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세상의 전부이고, 엄마 아빠 나온 그림책을 좋아합니다.
앤서니 브라운의 My Mom
우리 엄마는 판타스틱 요리사이고요
.
우리 엄마는 천사처럼 노래할 수 있지요
이런 식으로 엄마에 대한 찬양이 끝없이 이어지는 데요, 아이들은 '엄마가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는 로망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엄마는 ~ 잘한다' 이렇게 자랑도 하면서요. 아직 엄마의 실체를 모를 때, 얼른 읽혀주세요.
아빠에 대한 그림책도 빠질 수 없겠지요?
앤서니 브라운의 My Dad
어린아이가 보는 시각에서 멋지고 용감한 아빠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아빠를 책육아에 끌어들이고 싶다면, 이 책을 사서 아이에게 읽어줘 보라고 해주세요. 아빠가 영어 그림책을 적극적으로 읽어주게 될지도 몰라요.
우리 아빠는 달도 뛰어넘을 수 있고요
우리 아빠는 말처럼 먹을 수 있어요.
우리는 많이 먹을 때 '돼지처럼 많이 먹는다'라고 하는 데 영어에서는 '말처럼 많이 먹는다'는 표현을 쓰는군요. 그림만 봐도 뉘앙스를 알 수 있으니, 이게 바로 영어 그림책의 힘이지요.
앤서니 브라운의 My Mom/ My Dad
영어책 읽기가 처음이거나, 조금 말랑 말랑한 순한 맛으로 그림책을 접해주고 싶을 때 추천드립니다.
많은 아이들이 그림 그리는 걸 아주 좋아하더라고요. 상상력이 뛰어나고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추천하는 영어 그림책입니다.
앤서니 브라운의 The Little Bear Book
아기곰이 숲 속을 걷고 있어요. 손에 펜 하나를 쥐고서요.
숲 속에서 아기곰은 덩치 큰 고릴라를 만납니다.
아기곰과 고릴라의 대치상황이 느껴지시나요?
'어떡하지요? 우리 아기곰'
하지만 아기곰은 고릴라에게 당당하게 인사합니다.
"Hello, Gorilla."
아기곰은 마술펜으로 고릴라에게 귀여운 곰 인형 하나를 그려주고 떠납니다. 이게 문장으로 설명되어 있지 않고 그림으로 그냥 이해하는 건데, 아이들은 그림만 봐도 다 이해하더라고요.
그리고 '우와, 나도 저 마술펜 갖고 싶다' 며 아기곰을 부러워하지요.
그럴 땐 '너도 마술펜이 있다면 무엇을 그려보고 싶니?' 하고 물어보고 그려보라고 해주세요. 아이들은 마술펜이 아닌 걸 알지만, 상상력이 있어서 '마술펜이라고 상상하면서 그리는 것 자체도 재미있어하거든요'
이번에는 앤서니 브라운의 또 다른 작품입니다.
A Bear-y Tale
이 책은 제목부터 재미있어요.
원래 Fairy Tale인데 (동화), Beary Tale로 살짝 바꾸었네요.
아기곰은 숲 속을 걷다 늑대를 만납니다.
이빨을 허옇게 드러낸 늑대를 보고 아기곰은 인사합니다. "Hello, Wolf."
아기곰은 늑대보다 덩치 큰 돼지를 그리고 유유히 사라집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
제가 이 책을 좋아하는 진짜 이유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화 속의 한 장면이 패러디되어 아기곰과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지요.
아기곰이 숲에서 늑대를 만난 이유는?
글쎄요, 공룡을 만날 수 도 호랑이를 만날 수도 있는 데 굳이 늑대로 설정한 이유는 바로 '아기 돼지 삼 형제'의 늑대를 떠올리시면 돼요.
늑대에게 돼지를 그려준 이유는?
제가 올린 그림을 잘 찾아보시면, 그림 상단에 아기돼지 삼 형제 그림도 힌트로 같이 있어요. 아기돼지 삼 형제 이야기가 패러디된 거예요. 늑대에게 당했던 아기돼지를 역으로 크게 그려서 늑대가 돼지에게 꼼짝 못 하게 되지요. (이것이 바로 상상의 힘!)
이런 장면들이 곳곳에 숨어 있는 게 이 책의 묘미인 것 같아요. 아이가 어리면 그냥 스토리만 따라 읽어도 돼요. 아이가 전래동화를 알면 스스로 숨겨진 그림을 찾아보면서 훨씬 재미나게 읽을 수 있겠지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어 그림책 소개를 하면서 책을 들여다보니 저도 재미있네요. 영어 그림책을 다양하게 접해주시는 것도 좋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 몇 권이 정해져 있는 것도 참 편한 것 같아요. '영어 그림책 보자' 하면 자기들이 골라오는 책, 그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이겠지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어 그림책은 꼭 읽기 레벨이 맞아야 하는 건 아니라고요. 그냥 아이들이 봐서 그 그림이 좋거나, 내용이 공감이 가면 좋아하지요.
아이들이 좀 만만하게 집어들 수 있는 책으로 소개드렸습니다. 아이들과 영어 그림책 읽으면서 행복한 시간 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