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보면 자녀 영어 교육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 많으세요.
내 아이가 영어책을
잘 읽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어떻게?
저는 그동안 진행한 여러 가지 영어 수업 중에서, 가장 자신 있는 게 '영어책 읽히기'입니다. 원래 저희 아이들 어릴 때부터 엄마표영어, 영어원서 읽기에 관심이 많았고 '어떻게 하면 우리 애들 영어책을 읽힐 수 있을까?' 연구를 많이 했지요.
어제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키우는 지인과 통화하다 '초등학생이 어떻게 하면 영어책을 읽을 수 있는지'에 대하여 설명드렸더니 '무척 도움 된다'며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내용을 적어 보겠습니다.
초등학생 아이와 영어책 읽기를 이제 막 시작하시려는 분들, 지금 하고 있지만 잘 모르겠는 분들, 편하게 읽어주세요.
영어책 읽기는 알파벳만 알면 시작하세요. 파닉스를 다 떼고 읽어도 되지만, 제 경험상 파닉스 하면서 영어책 읽기를 병행하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그럼 알파벳과 파닉스는 언제 하는 게 좋을까요? 알파벳과 파닉스는 한글 떼고 시작해도 영어책 읽는 데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즉 어릴 때는 음원에 노출해 주시고, 본격적인 영어책 읽기는 초등학교 1학년 정도에 시작하면 딱 좋습니다.
초등학생 영어책 읽기는, 그림이 많고 영어 문장은 딱 1줄인 책 읽기로 시작하세요. 엄마 입장에서 보면 거의 그림만 있고 글밥이 너무 짧아서 책값이 좀 아까울 수도 있는데요, 처음 영어책 읽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는 1줄이면 충분합니다.
1줄짜리 영어책의 장점은 영어책 읽을 때 해석 안 해주고, 단어 안 찾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그림만 봐도 무슨 내용인지 다 알아서, 영어와 그림을 맥락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1줄짜리 책은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 데요, 출판사별로 다양하게 읽히시는 걸 추천드려요. 초등학생 영어책 읽기 이제 막 시작하는 시점이라면, 영어 1줄짜리 책을 1년 정도는 쭉 읽히시는 게 좋아요. 그 1년 사이 아이는 영어책 읽는 습관도 들고 자기 혼자 영어책 읽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맛보게 됩니다. 1줄짜리 책을 스스로 충분히 읽고 나면 나중에 영어 읽기 독립할 때 큰 힘이 됩니다.
저는 참고로 스콜라스틱 출판사의 사이트워드, 문진 출판사의 런투리드, 제이와이북스의 jyfirstreaders 등을 읽혔습니다. 제 아이들에게 읽혀보고 효과가 좋아서 제 영어 공부방 아이들에도 영어책 읽기 시작할 때 읽히는 필수 책들입니다.
아이와 영어책을 읽는 방법을 설명드릴게요. 먼저 책 표지를 보과 책 제목도 같이 읽어주세요. 안에 내용을 아이와 함께 휘리릭 보면서 어떤 그림인지 보고, 어떤 내용일지 상상해보게 해 주셔도 좋습니다. 시간이 없다면 바로 책제목만 읽어봐도 좋습니다.
위의 사진을 예로 들면 책 제목은 Farm Friends입니다. 아마 농장에 사는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겠지요. 주요 단어는 노란 바탕의 I, See입니다. 책 읽기 전 아이와 책표지와 제목은 가볍게 확인하고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습니다. 자 그러면 바로 영어책 읽기로 들어가 볼게요.
영어책 처음 시작할 때는 음원이 있는 책으로 고르는 게 좋습니다. '나는 영어책 못 읽는 데' 하는 부담감은 내려놓으세요. 우리에게는 음원이 있으니까요. '음원이 읽어줄 거야. 우리는 일단 들어보자'라고 말해주면, 아이들도 긴장을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처음 영어책을 읽을 때 음원을 2번 정도 들어봅니다. 그리고 음원에 맞춰 엄마가 손가락으로 영어 단어를 하나씩 짚어 줍니다. 아이는 자연스럽게 글자와 소리를 연결하게 되지요.
1줄짜리 쉬운 책 한 권의 음원 길이는 보통 30초 이내입니다. 음원을 반복해서 2번 들어도 1분이 안 걸립니다. 이 정도 길이면, 엄마도 아이도 부담 없이 할 수 있겠지요?
초등학생이 처음 영어책 읽기를 시작한다면, 같은 단어가 반복되는 패턴북이 좋습니다.
아래와 같이 뒤에 단어만 바뀌는 형태인데요, 주요 단어가 반복되어 아이들이 영어책 읽기 적응하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I have a cat.
I have a dog.
책을 2~3번 정도 소리 내어 읽었다면, 공책에 베껴쓰기를 합니다. 영어책 읽기가 처음인 초등학생들은 음원 듣고 2번 따라 읽었다고 바로 혼자 읽지는 못할 수도 있습니다.
책문장이 체화되는 시간이 필요한 데, 그럴 때 필사가 딱 좋습니다. 아직 책을 혼자 다 읽지는 못하지만, 책 문장을 공책에 베껴적으면서 문장에 익숙해지게 되지요. 책 1권이라야 6~7줄 정도라서, 초등학생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저희 학생들은 공책에 책 제목과 문장을 필사한 후 본인 스타일대로 그림도 그리고 꾸미기도 합니다. 영어 시간인지 미술시간인지 알 수 없지만, 공책 필사와 그림에 집중하는 그 시간에 아이들의 창의성이 피어나고 마음이 열립니다. 그 열린 마음으로 영어가 자라나지요.
필사를 하고 나면, 본인 공책을 소리 내어 한번 읽어 봅니다. 그림책에는 그림이 있어서 대략 내용 파악이 되었지만, 공책에 적은 글씨만으로 읽어야 돼서, 진짜 아이의 읽기 실력이 필요합니다.
이때 한 번에 글씨를 다 읽는 아이는 많지 않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 '내가 모르는 단어'를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음원을 다시 2~3번 들려주세요. 아이는 책과 음원을 맞춰보면서 중얼중얼 연습을 하겠지요.
그리고 읽을 수 있을 때 음성 녹음을 합니다. 핸드폰 음성 녹음 기능을 활용하면 쉬워요. 본인이 읽은 녹음을 들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1~2번 더 연습해서 녹음하게 되는 데요, 이때 비로소 영어 실력이 쑥쑥 자라납니다.
음원들 듣고 따라 읽고 필사하고 그림을 그리는 것은 모두 이 녹음을 위한 준비 작업입니다. 공책에 있는 글씨만 보고 책을 잘 읽고 들을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문장들로 아이의 영어집을 짓기 시작하지요.
가끔은 여태껏 읽은 1줄짜리 책으로 나만의 책 만들기 시간을 갖습니다. 그동안 읽었던 책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봅니다. 그 책에서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적고, 나만의 문장으로 바꿔보는 거예요. 물론 그림도 조금 그리지요.
제 학생들 작품입니다. 이렇게 아이들이 직접 만든 나만의 영어책을 사진으로 찍어주면 아주 뿌듯해한답니다. 물론 저도 아주 흐뭇합니다.
초등학생, 영어책 읽기가 처음이라면 쉬운 1줄짜리 책부터 시작하세요. 조급하게 레벨을 올리지 말고 한 1년 정도 꾸준히 읽을 것을 권해드립니다. 30초 이내의 음원을 듣고 따라 하고, 공책에 필사하면서 아이들 마음에 영어 씨앗이 뿌려집니다. 녹음하고 들어보면서 영어집이 지어지지요.
그 귀한 시간에, 엄마랑 아이가 함께 하면 더 좋겠습니다. 저는 제 학생들과도 1줄짜리 책 읽는 시간에 공을 많이 들입니다. 많이 가르치려 하지 말고, '영어가 쉽다! 편하다!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알려 주 싶어요.
그래서 영어가 좀 만만해지면, 처음 보는 책이더라도 1줄짜리 책이면 웬만하면 다 술술 읽을 수 있으면 그제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입니다. 초등학생, 처음 시작하는 영어책 읽기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