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톱 교향곡 제4악장, 앓음다운 사람아!
밥통성찰록
제2악장에서 가정, 직장, 지역사회, 국가, 국제사회에서 행해지는 부당한 제도와 관행에 대해 얘기했다. 그 부당한 관행을 행하고 있는 놈이 자기 자신일 수도 있다. 못된 버릇, 그것이 자기의 부당한 관행이다. 못된 버릇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중독이다. 병에 걸리고도 병에 걸린 줄 모르고 살고 있다면 그거 참 심각한 병이다.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병이 깊어진 뒤이겠다.
불교에서는 사람들이 탐진치 삼독(貪嗔痴 三毒)이라는 깊은 병에 걸려있다고 했다. 기독교에서는 사람들이 원죄로 인해 죽을 병에 걸려있다고 했다. 여기서는 옳고 그름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누구나 병에 걸려있다고 하는 통찰이 요긴하다.
병 주는 재미는 진찰의 재미이다. 어떤 버릇에 찌들어 있는지, 어떤 중독에 사로잡혀 있는지 알아야 산다. 그것이 병 주는 재미이다. 밥통성찰하는 재미이다. 청와빌라에 왕진을 가보자.
101호 깍쟁이는 아첨하고 시기하는 질투병에 걸려있고, 102호 범부는 자기가족 이상은 생각할 줄 모르는 소아병에 걸려있다.
201호 건달은 시비 걸고 싸우는 호전병에 걸려있고, 202호 장부는 뻥치고 자랑하는 허세병에 걸려있다.
301호 샌님은 어떤 것에 집착하는 편집증에 걸려있고, 302호 군자는 오른 쪽, 바른 쪽을 향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걸려있다.
401호 도사는 어마어마한 과대망상증에 걸려있고, 402호 성인은 그래서 어쩌자는 것인지 무기력증에 걸려있다.
약 주는 재미는 치유의 재미이다. 킬링에서 힐링으로, 죽임의 삶에서 살림의 삶으로, 병든 삶을 치유해야 한다.
무속에 무병이라는 것이 있다. 무병을 치유하는 것이 내림굿이고, 내림굿을 받고 나면 그 사람은 무당이 된다. 어디서 무슨 병 깊이 들게 되었든 무병만 무병이 아니다. 치유를 통해 더 성숙한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면 그 병이 무병이다. 무당만 무당이 아니다. 저마다의 무병을 치유하고 극복해서 성숙해진 사람이 무당이다. 아픔을 극복한 앓음다운 사람이 무당이다.
자기를 위한 굿, 자기 병을 치유하기 위한 굿이 내림굿이다. ‘밥통성찰’의 이제 그만, 동학의 각비(覺非), 사회학의 보이콧(boycott), 불교의 방하착(放下着), 유대교의 안식일(安息日, savate) 등 이름은 다르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이것들이 무병을 치유하고 무당이 되기 위한 내림굿의 일종이라는 점이다.
알음다움을 이루어가는 길, 안음다움을 이루어가는 길, 알움다움을 이루어가는 길, 앓음다움을 이루어가는 길, 밥통성찰의 길이 그 길이다. 아름다움을 이루어가는 길, 그만할 것 이제 그만 하고, 다시 할 것 이제 다시 하는 것이 그 길이다. 그것이 내림굿이고 신명풀이다.
降神祭 강신제
내림굿
祝汝得巫病 축여득무병
축하합니다. 귀하는 무병에 걸리셨습니다.
勿憂似紅疫 물우사홍역
걱정 마세요, 홍역 같은 거예요.
後患爲巫堂 후환위무당
무당만 무당이 아니라, 앓음다운 사람이 다 무당입니다.
大巫越蹩巫 대무월별무
선무당 넘어 큰무당 되는 겁니다.
蹩 절름발이 별
(출근길에 있는 체육공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