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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멍 Oct 31. 2021

월요일이 힘든 틀딱에게 바칩니다.

'놀토' 유경험자라면 주목

오늘은 월요일이다. 호기롭게 월요일이 두렵지 않은 어른이 되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해봐도 언제나 월요일은 찾아오고 여전히 나는 두렵다. 월요일이 직장인들의 지상 최대의 감정적 난제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안락하고 평안했던 주말과의 급격한 온도차를 감당하기 어려워서? (하긴 온도가 급격히 바뀌면 공룡도 멸종하니까.) 그런데 내 생각엔 그것보단 미뤄둔 꾸지람이 월요일에 한꺼번에 찾아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직장인에게 금요일 오후는 마치 어린 시절 놀토의 하굣길 같은 것이다. 아직 놀토가 살아 숨 쉬던 그 시절을 나는 똑똑히 기억한다. 그리고 놀토 4교시, 교실을 지배하던 비이성적 낙관적인 공기까지도. 책상 선을 넘어오면 죽여버리겠다던 짝꿍도 그때만큼은 자비를 베푼다. 아직 초임이던 젊은 남선생의 종례는 다른 요일의 그것보다 훨씬 유쾌하고 간결하다. 우리가 ‘책임은 다음 주 월요일의 나에게 넘긴다’라는 정신을 배운 것은 바로 그때부터가 아닐까.


그래서 지금도 금요일 오후 4시쯤 되면 어린 시절부터 몸소 익힌 불굴의 정신이 발동되기 시작한다. 다음 주 월요일의 나에게로 일을 슬그머니 미루기 시작한다. 흥분과 설렘의 도가니 속에서 금요 퇴근을 맞이하고 모든 책임은 다음 주 월요일로 넘어간다. 그러니 밀린 꾸지람이 월요일에 돌아올 수밖에. 한 마디로 카르마란 소리다.


그래서 난 오늘도 카르마를 시원하게 달게 받고 퇴근했다. 하지만 내가 고작 이따위 월요병에 당할쏘냐. 공룡은 멸망했지만 인간은 적응했다. 이번 주 금요일엔 또 어떤 일을 다음 주로 미뤄볼까 벌써부터 기대되는 월요일이다. 이상 ‘놀토’를 이해할 수 있는 틀딱 한정글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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