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기부터 쉽지 않았다

ADHD를 가진 우리 아이의 이야기

by 현솔

아이가 태어난 후

보통 120일 정도가 지나면 뒤집기를 한다

물론 그 시기는 같지 않다

아이들은 각자 저마다의 속도로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우리 아이도 그랬다

생후 50일경에는 목에 힘을 주고 고개를 들었으며

120일이 되었을 땐 뒤집기를 했다


아이가 온몸에 힘을 주고

또 한 번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순간.

그 순간에 부모는 무슨 생각을 할까?

스스로 성장하는 아이가 대견하기도

또는 그 몸짓이 애처롭기도 할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보고 있기가 힘들었다

우리 아이는 뒤집기를 시도할 때마다

집안이 떠나가라 울어댔다

그런 아이를 안고 어르며 달래다 보면

어느새 나도 진이 빠졌다


그때의 나는 모든 아이가 대부분 이렇겠 거니 생각했다

그래, 성장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이래서 육아가 힘든 거지 하고.


근데 이건 힘들어도 너무 힘든 게 아니겠는가

뒤집기, 기기, 서기, 걷기...

아이는 매번 성장할 때마다 울음과 짜증을 동반했다


어디 그뿐이랴

새벽에 몇 번씩 깨는 건 기본.

아이는 4살이 지난 후에야 통잠을 잤다


식감이 다른 음식은 거부하기 일쑤였고

헛구역질과 토를 달고 살았다

냄새에도 민감했다

언젠가 한 번은 냉장고 문을 열더니

그 앞에서 그대로 구토를 했다

참고로 냉장고는 음식물도 적었고 깨끗했다


아이가 이렇게 키우는 게 맞나?

내가 대체 뭘 못 해주고 있는 걸까?

왜 울지? 왜 안 먹지? 왜 안 자지?

온통 물음표만 떠다니던 날들의 연속.


28살, 비교적 이른 나이에 아이를 얻은

초보 엄마는 책으로 육아를 배웠고

맘 카페를 통해 답을 구했다


육아도 게임 퀘스트 깨듯 천천히 깨 나가면 되리라 생각했다

근데 우리 아이는 매번

끝판대장 보스몹을 마주하는 기분이었다

왜 하나라도 쉽게 넘어가는 일이 없지?

많은 날을 좌절했다


그리고, 아이가 6살 되던 해

유치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다들 예상했겠듯, 우리 아이는 다른 원아들과는

조금 다르니 병원을 가보는 게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무슨 병원이요? 되묻는 내 말에

담임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원감은 머뭇거렸다


난 사실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대부분의 6살이 이럴 것이라고 부정해 왔을 뿐이다

키가 다 다르듯, 뇌 발달 시기도, 전두엽의 발달 시기도

다 다를 거라고 그렇게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오랜 부정 끝에 찾게 된 병원.

여러 검사를 했고 ADHD 진단을 받았다

그 이후, 아이는 3년째 매일 약을 먹는다


그때 나는

우리 아이가 예민하고 까다로운 그 이유를

알게 됐다고 생각했다.

무수한 물음의 답은 결국 ADHD라고 생각했다

그 이후 아이의 모든 행동을 그 병과 연관 지었다


'ADHD라서 저런 거다'

'그래서 저렇게 못 참는 거다'

'보통의 아이는 달랐을까?'

나는 내가 낳은 내 아이의 정체성을 스스로 단정 지었다


그러다 어느 저녁, 밥을 먹다 남편에게 물었다

당신은 아이 키우며 언제가 제일 힘들었냐고,

잠깐 생각하던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그땐 죽을 만큼 힘들다 생각했는데

다시 돌아보니 그렇게 힘들지 않았던 것 같아

다만 우리가 처음이라 모든 게 서툴러서

그랬던 아닐까?"

남편은 그렇게 그 시절을 회상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ADHD에서 찾던 나와는 달랐다

어쩌면, 내가 답이라고 믿어왔던 것들은

애초에 오답이 아니었을까?


올해 9살이 된 아들은

여전히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말 그대로 별나다

학교에서 전화라도 올 때면 여전히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다


하지만 아이를 보는 내 시선은 조금 다르다

아니, 다르려고 노력한다


'그래, 저렇게 별나지만

우리 아들은 감수성이 참 풍부하잖아'

'물건은 매일 잃어버려도

늘 사랑한다고 말해주잖아'


나는 오늘도

ADHD라는 그늘 아래

감춰진 아이의 모습을 부단히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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