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아이처럼 정신과를 다닌다

by 현솔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고백해두고 싶다

ADHD로 약 3년째 병원을 다니는 우리 아이처럼

나도 병원을 다닌다.


처음 병원을 찾게 된 건, 월경 전 증후군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였다.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월경 전 증후군과 정신과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물론 나도 처음엔 그랬으니까


나의 월경 전 증후군은 신체적인 문제보다

정신적인 문제가 더 컸다. 생리를 하기 10일 전부터

감정 기복이 컸고 짜증이 제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짜증과 화는 오롯이 아이와 남편에게 향했다


나와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찾아간 정신과.

꽤 많은 양의 검사를 했고,

진단은, 경도의 우울증과 강박 그리고 사회공포증.


예상치 못 한 진단이었다

그때의 나는 일상생활을 하는데, 크게 문제도 없었으며

직장에서의 일도 수월히 잘 해내고 있었으니까

사실 어쩌면, 나의 완벽주의적 성향이 그 모든 문제를 가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상담 중 의사는

내게 오랫동안 기억될 한 마디를 건넸다

“ADHD 아이를 키운 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보통 아이 세 명을 동시에 키우는 것과 같은 일이에요”


나의 고충을 알아주는 것 같아 위로가 되면서도

우리 아이가 진짜 ‘문제’라는 뜻인 것 같아 이상하게도 마음이 아팠던 그 말.


정말, 나의 병은 우리 아이로부터 시작된 걸까?

물론 약간의 영향은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는 오히려 아이에게 이런 말을 건네고 싶다


“감정 기복이 심한 엄마를 만나 고생이 많다고.

보통의 엄마와 다른 사람과 산다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즉 ADHD 아이를 키우며 마주하는 문제와 갈등은 아이에게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비단, ADHD 아이뿐만이 아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많은 상황에서

유년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된다

나는 바쁘고 엄한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나의 아버지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 딱 그 표현이 제격이다.

내가 어렸을 적 그 성격은 더 불같았고

훈육은 말보단 체벌이 먼저였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아빠가

나쁜 사람이 아니란 건 잘 알고 있다

단지, 그 시대의 표현 방식이 지금과는 달랐을 뿐이다


아빠는 매번 술에 취해 들어와도,

내 이불을 다시 고쳐서 덮어주던 사람이었고

하루가 멀다 하고 동생을 혼내도, 동생이 아플 땐

누구보다 먼저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이던 집안의 분위기는

나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애착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고 자존감도 낮았다


물론, 지금에서 아빠 탓을 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아이를 대할 때 내게 보이는 아버지의 모습이,

이미 내게 체화된 짜증과 분노가 버거울 때가 많았다


나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낮은 자존감 때문에

좌절한 적이 많다 사실 어떨 땐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어차피 떨어질 것 같은데 도전은 무슨 도전이야'

늘 이런 식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내 인생을 다르게 이끌었다


유년기의 받은 충분한 사랑과 인정은

아이의 자존감을 키운다

반대로 분노와 비난은 아이로 하여금

자신을 가치 없는 존재라 여기게 만든다


다리가 짧다거나, 머리가 크다거나

사소하지만, 나의 못난 부분을

아이가 닮는 것만으로도 속상한데,

낮은 자존감까지 대물림한다니

그것만큼은 어떻게든 막고 싶었다

어쩌면 아빠도 나와 같은 의지가 있었을까?


받았던 상처를 대물림 하지 않고

아이를 온전히 사랑하는 것.

물론, 아직 나는 그 과정 속에 있다.

스스로 정신과를 향하고, 상담을 받으며

매일 신경 안정제를 먹는다


아직 해답은 찾지 못했고,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확신할 순 없지만

적어도 10번 중에 5번은 잘해 낼 수 있기를

아이에게 커다란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기를

그렇게 매일 다짐을 반복한다


어쩌면 그 과정이 생각보다

더 길고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그 문제를

자각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언젠가 더 잘 해낼 수 있음을

아이는 더 멋지게 성장할 수 있음을 나는 믿고 있다


오늘은 아이를 안아주며

유년시절의 나도 함께 안아주려 한다

keyword
금요일 연재
이전 01화뒤집기부터 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