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마약을 먹이는 엄마일까?
때는 2023년.
나를 분노하게 만든 한 기사가 있었는데
그 뉴스의 헤드라인은 아래와 같았다
'공부 잘하는 약 팝니다' 알고 보니 마약류
그 내용인즉슨
ADHD 치료제, 그러니까 메틸페니데이트를
'공부 잘하는 약'이라 속여 불법 판매한
사례를 고발한 것이었다
내용만 보면,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기사화한 것이니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기사에서 쓰인 표현은
'ADHD를 앓고 있는 환자'
그리고 그들과 함께 사는 가족들
모두를 아프게 하는 것이었다
해당 헤드라인이 의미하는 건
메틸페니데이트가 마약류라는 것인데
그럼 모든 ADHD 환자들은
마약을 복용하고 있는 셈일까?
나는 매일 아침 우리 아이에게
마약류를 먹이고 있는 걸까?
물론 메틸페니데이트는 의료용 마약류
즉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기사의 표현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 기자의 단어 선택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의료용 마약'이라는 표현을
대체할 수는 없었을까?
'주의력결핍과잉장애 치료제'
'정신건강 관련 전문 의약품' 등
좀 길긴 해도 대체할 수 있는 말은 충분히 있다
아니면 차라리 '향정신성의약품'이라고 하던지.
최근에는 모 전직 국회의원이 나와
ADHD 치료제를 통해 마약에 입문하는 사람이
많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즉 ADHD약이
마약 중독의 시작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관련 기사를 접하자마자
눈앞이 아득해졌다.
'아,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ADHD와
그 치료제에 편견을 갖게 될까'
분노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수많은 ADHD 환자, 그 가족들이 함께 분노했다
의료계 또한 그 발언이 명백한 왜곡이라 반발했다
어쩌면
'ADHD'와 'ADHD치료제'에 대한 편견은
우리 사회가 조장하고 있는 게 아닐까?
물론 소수의 사람들로 인해 ADHD 치료제가
그릇되게 사용되고 있는 것 맞다
집중력을 올려준다고 하니
처방받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오남용 하는 사례도 있다
실제로 ADHD 치료제 중 하나인
'콘서타'는 수급 자체가 쉽지 않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ADHD 약을 먹는,
또 그 약을 아이에게 먹여야만 하는 이들은,
다양한 부작용을 마주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ADHD 치료제는 보통 두 종류가 있는데
가장 광범위하게 쓰이는 것이
메틸페니데이트 계열 약물이다
이 계열의 약은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충동성과 과잉행동을 줄여 준다
아이가 학교에서
또 어떤 사고를 치진 않을까
오늘은 또 어떤 문제 행동으로 전화가 올까
매일 노심초사하는 부모들에겐
그야말로 고마운 약물이다
하지만 동시에 빨리 떨쳐내고 싶은 약이기도 하다.
아이가 처음 약을 먹기 시작했을 때
나는 정말 다른 아이를 키우는 줄 알았다.
쉴 새 없이 움직이던 몸과 손은 차분해졌고
아이는 더 이상
소파에 올라가 뛰어다니지 않았다
대신 차분하게 앉아 그림을 그렸다
유치원에서 오던 부정적인 피드백도 줄었다.
우리 아이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다니
약의 효과는 실로 놀라웠다.
하지만 모든 약은 부작용을 동반하는 법.
아이는 조용해졌지만, 이전만큼 웃지 않았다
먹성이 좋은 아이였는데 식욕도 잃었다
더불어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고
밤새 몇 번이나 뒤척였다
학교에서도 다른 친구들과 함께 놀기보다는
책 읽기를 택했다
아이는 점점 외딴섬처럼 고립되어 갔다
그 모습을 보는
부모의 마음도 결코 편하지 않다
'지금 이렇게 약을 먹이는 게 맞는 선택일까?'
'다른 치료로 교정할 수는 없을까?'
'ADHD 약물로 우리 아이의
본모습을 잃어버리는 건 아닐까?'
이처럼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부작용 때문에
많은 부모들이 ADHD 약물 치료를 망설인다.
물론, 나처럼 그 무수한 부작용들을 감당하며
약을 먹이는 엄마들도 많다
질환으로 인한 문제 행동.
그로 인해 아이가 받는 상처와 낙인.
그 모든 것으로부터 아이를 지켜내야 하니까.
보통의 사람들이
이와 같은 부분을 알기란 쉽지 않다
반면에 요즘 ADHD란 질환은 각종 매체에서
너무 쉽게 다뤄지고 있다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도
'어쩌면 나 성인 ADHD가 아닐까?'
하는 농담이 나오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매체에서
ADHD가 노출되고 있으니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질환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한 때이다
기사 한 줄을 쓰더라도, 그저 한 마디를 내뱉더라도
이해와 배려가 동반되길 바란다
'마약류', '마약 중독의 지름길'
그 가시와 같은 말과 단어에
어떤 이는 분명 상처받고
또 어떤 이는 편견으로 인해
적절한 치료의 때를 놓칠 수도 있다
나는 매일 아침 아이에게
'마약류의 약'을 먹이는 엄마가 아니다.
그저 아이가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ADHD 치료제'를 먹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