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기 있어요

그날의 기억

by 밥티스트

우리는 그렇게 사무실에서 서로 첫대면과함께 인사를

나누었다

나는 총무라는 미국 할아버지 같은 분의 인자한 눈웃음이

왠지 탐탁잖게 느껴졌고 이내 영민이에게 빨리 나가자는 사인을 보냈다

눈치 없는 제임스와 영민이는 좀 더 돌아보고 식당에서

저녁을 먹어보고 가라는 사감의 말에 그러겠다는 표정으로

관내를 돌아보자며 일어 섰다


사무실을 나와 마당을 가로지르는 화강암 돌길을 따라

건너편에 있는 철창이 스산하게 보이는 회색 건물 앞으로

따라 걸어 들어갔다


식당 겸 강당처럼 보이는 곳에 앳된 여자아이들과

쾡한 눈을 하고 뽀글거리는 머릴 잔뜩 풀어헤친 나이 든

여자들이 낯선 이들의 방문에 겁에 질린듯한 눈망울로

이리저리 흩어보았다


우리는 원생들이 기거하는 기숙사를 둘러보러 긴 복도를

들어가 보았다

양쪽으로 방이 여나무 개 있고 복도 끝에 화장실과 대형 목욕탕이 있었다

목욕탕에서 왠지 모를 음산함이 등골을 오싹하게 해서

빠르게 나왔다


식당을 둘러보고 밥을 먹어보라고 해서 우리는 서로 쳐다보다 그럴까? 하는 사인은 서로에게 확인하고

이내 식당으로 들어섰다

갈색 플라스틱 식판에 수저 끝에 포크처럼 달린 수저 하나를

건네받았다

젓가락은 흉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해서 지급하지 않는다며 무섭고 친절하게 총무님의 설명이 이어졌다


보리가 드문 드문 섞인 밥과 고기는 없이 멀건 뭇국을 받고 김치와 어묵볶음 단무지가 반찬으로 나왔다

내생에 배가 고픔어도 불구하고 이렇게 밥이 안 당기는 밥상은 또 처음 이 였다

그래도 왠지 눈치가 보여 주변을 살피며 이렇게들 먹는구나 생각하며 조용히 몇 수저 떠먹었다


그때 한 열두어서넛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가 다가왔다

커트 머리에 주근깨가 가득하고 토파즈 같은 눈을 가진

아이였는데.. 말괄량이 삐삐 롱스타킹 같이 생긴 듯한 거

같기도 하고 암튼 귀염귀염 한 아이가 다가와서는

언니 이거 나 먹어도 돼요? 하고 묻는다

내 식사와 함께 나온 우유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나는 빠르게 응 ᆢ 그래 하며 우유를 건넸다

잠깐이지만 어릴 때 말괄량이 삐삐에 나왔던

여자 주인공 아이 갔다는 생각을 하니 웃음이 풉 하고 나왔다


식당을 나오는데 ᆢ

총무님이 저 아이가 열세 살이고 인신매매로

창녀촌에 팔려다니다가 탈출해서 길에서 매 맞다가

경찰에게 구출되어 이리로 인계되었는데 부모가

데려가는 걸 거부해서 갈 곳이 없어 여기서 2년째 그냥

있는 거라고 귀띔 해주었다


인신매매 지금은 황당한 이야기지만 그 당시에는 봉고차 가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차에서 내린 남자 혹은 여자들이

아빠나 엄마인척 하면서 집 나온 딸을 데려가는 시늉을 하여

붙잡아 간다고 뉴스에도 나오고는 해서 어른들이 항상

겁을 주며 경고를 하기도 했었던 시절이었다


나는 그 작음 몸에 가슴 아픈 사연이 딱해 안스럽다는 눈빛으로 그 아이를 바라보았지만

그 아이는 눈을 연신 찡긋거리며 애교를 떨어대고

있었다


왠지 첫 방문에 가슴이 퍽퍽해지는 기분으로 그곳과의 첫 인연을 맺었다

나는 앞으로 이곳에서 어떤 일들을 마주하고 어떤 일들을

헤쳐나가고 이곳 친구들과 떤 소통을 해나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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