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하나+ 스물다섯 = 오십 세 살

첫비 내리는 날에

by 밥티스트

우리는 해마다 첫눈 오는 날을 기대린다

나는 독특하게도 첫 비 오는 날을 기다린다

생각해 보면 첫눈 이란 단어는 많이 쓰지만 첫 비라는

말은 잘 안 쓴다


나는 어릴 때부터 비를 좋아했다

특이 장대비를 좋아했는데 아마도 소나기라는

책을 읽고 나서였던 거 같다


황순원 님의 소설책으로 드라마로 내 마음깊이

남아 있던 기억 속의 소나기는 예고 없이 후려쳐야

제맛인데 그 시절의 어린 나는 소나기를 피하기보다

맞섰던 거 같았다


그런 이유 에서인가 내 인생에는 시도 때도 예고조차

없이 찾아오는 소낙비 같이 굵직하고 결 좋은 빗줄기로

한차례 씩 후두려 맞는 일이 종종 있다


첫 번째 소나기는 스물한 살 쯤에 맞아다

스무 살 되던 해 5월 즈음 우연히 아르바이트를 하던

결혼식장 커피숍에서 만난 남자아이

눈이 크고 하얀 피부에 큰 키 곱슬한 머리카락이 강아지

처럼 수북이 눈을 가리고 있었던 그의 첫인상


스쳐 지나가는 손님이니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퇴근 무렵 문 앞에 나가니 아까 저녁 무렵에 왔던

그 아이가 서있었다


신경 쓰지 않으며 지나치려는데 잠깐만 하고 반말로

나를 불러서웠다

반말이 몹시도 거슬려서 나도 반말로 와하고 대꾸했다

그 아이는 내반말에 별로 거의 치 않으며 자기 할 말을

이어갔다


너한테 관심 있는데 한번 만나줄래

하길래 대꾸조차 없이 휙 돌아서 차를 타러

가버렸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 겨울이 되었다

대학에 진학하려다 실패하고

스므살이 되자마자 뭔가 뱝버는 일을

찾는 것에 급급해하던 나는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낮에는 미용실에서 보조원로 일을 하고

밤에는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주말에는 결혼식장에 딸린 커피숖에 세

쌍화탕 달걀노른자 분리하고 견과뉴 세팅과

요구르트 빨대꽃는 일을 맡아서 했다

지금 들으면 그게 뭐라고 아르바이트를 떠로

썼을까 하겠지만 그 당시에 결혼식 커피숖은


지방에서 일찍 온 친구나 친척들이 기다릴 수

있는 편안한 곳이었다

그 당시에 조그맣고 누런 요구르트를 다방이나

커피숖에서 천 원 정도에 비싸게 팔리는 메뉴였다

커피도 있는데 왜 굳이 요구르트를 마셨나

궁금할 테니 ᆢ 잠깐 설명하고 가지면


더울 땐 커피를 마시기엔 덥고 그 당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없을 때라 냉커피는 비싸기도 하고

다방에서 결혼식 시작 전까지 시원하게 있고 싶은데

자릿값은 해야겠고 커피숖에서도 빨리빨리 회전율을

높이려고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메뉴 아닐까 싶다


그 당시 요구르트는 건강의 상징이었으니 인기도

많았고 결혼식에서 음식을 많이 먹어야 하니 부담스럽지

알은 가격에 서로 너무 좋은 아이템 음료였지 않은가

믹스커피가 나오기 전이니 맥스월 하우스 커피 셋 프림 둘

설탕 하나 가 기본 국룰인 커피조제법이고 직접 타야

했던 커피 보다 만들어졔 나온 사제품에 그야말로 빨 때만

꽂으면 되는 장사였다

대단하다 ~~ 암튼 그걸 2~3천 개씩 주말 내내 꽃아야 했다


그뿐 아니고

겨울 결혼식에는 또 조금 비싸지만 추 아침에 먼 길

빈속에 달려온 사람들은 커피에 계란노른자 띄워 주는

모닝커피나 달콤한 소스에 노른자와 대추 잣 견과류를

넣은 제일 비싼 쌍화차도 인기라 미리 재료를 준비했어야

한다


암튼 이야기가 너무 멀리 흘렀지만 추억의 한 자락을

꺼내 보이려면 그 시절의 풍경을 펼쳐야 하기에

그 시절을 잠시 터 올려 본다


그 아이와 또 만난 것은 우연히 길을 걷다가였다

너는 그때나 지금이나 사랑을 잘 못 알아본다

멀리서 손까지 흔들며 반갑게 달려왔다

갑자기 거짓말처럼 장대 같은 소나기바 내렸다


갑자기 내리는 비에 손을 잡더니 근처 상가

처마밑으로 이끌었다


이름도 잊히지 않은 녹원이라는 경양식집이었다

세차게 손을 뿌리치니까 머쓱한 표정으로 내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춥겠다 여기 들어가자 돈가스 사줄게

옷도 말리고 ᆢ 하며 잡아끌었다


눈을 덮고 있던 곱슬머리는 비에 젖어 잔뜩 꼬부랑

지고 그사이로 쌍꺼풀 진 큰 눈이 반짝거렸다

순간 나도 잠깐의 한기를 느껴서 인지 두 번 잡은

손길이 무안할까 싶었는지 천천히 따라 들어갔다


이름이 녹원이라 그런지 칸막이 사이사이

푸른 화초들이 장식도어 있는 공간이 나왔다

예전에는 그렇게 4인 용 테이블에 칸막이가

있는 레스토랑이 인기였다


자주 왔었는지 주인과 가벼운 인사를 하고

내게 묻지도 않고 주문을 했다

이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대 뭐든 제멋대로라는 것을

지금 먼 미래의 나는 두고두고 이날을 거꾸로 돌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돈가스 정식을 시켜 내 앞에 놔주고 그 아이는

맥주를 한병 시켰다

그때까지 술을 안 먹어본 나는 적잖이 놀랐다

그러나 들키지 앟으려고 조용히 칼로 돈가스를

썰고 있었다


스므살 첫비 내리는 날 우리는 그렇게 만났다

첫 비라는 단어는 나에게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마치 그냘들을 기억하게 하려고 하는 것처럼

내렸다

그래서 나는 첫눈보다 첫 비를 기다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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