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일.
아빠의 입원이 하루 더 늘어났다. 조직 검사를 오전에 받을 수 없어 오후에 받기로 했는데 그렇게 되면 당일 퇴원은 불가능하다는 말이었다. 입원을 일주일이나 하다니. 이젠 약간 해탈할 지경이다. 오전에 치과에서 나온 후, 엄마와 통화를 한 뒤 나도 병원으로 향했다. 천만다행인 건 암이 다른 부위로 퍼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어젯밤의 소원이 간절하게 먹혔나. 하지만 암이란 건 언제 뒤바뀔지 모르니 항상 예의주시해야 한다.(실제로 항암 이후 퍼지는 경우도 존재한다고 한다.) 전신에 퍼진 곳이 없다는 굉장히 긍정적인 소식을 듣고 기분이 살짝 좋아진 나는 얼마 전 있었던 공모전 소식을 엄마에게 알렸다. 최종에서 떨어진다면 그때 가서 말하기도 애매하니 차라리 지금 하는 게 낫겠지. 이거라도 말해야 조금 더 인간 구실을 하고 있는 떳떳한 딸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낀다. 내가 좀 더 어릴 때 성공해서 돈을 많이 벌어놓았으면 좋았을 텐데. 다시 또 쓸데없는 망상을 해본다. 이제는 현실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야 한다. 몽상가처럼 여유를 갖지 말고, 정신없이 살아야 해.
아빠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조직 검사에 들어가기 전, 마스크를 끼고 이동 침대에 누워있는, 누가 찍어준 듯한 아빠의 사진 몇 장이다. 보낸 시간과 아빠의 성격을 고려하자면, 이건 엄마가 보낸 사진일 확률이 매우 높다. 아빠에게 보내는 답장인지, 엄마에게 보내는 답장인지 나조차도 헷갈리지만 그래도 ‘파이팅’이라는 단답의 답장을 보냈다. 누군가에게 하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전부에게 해당되는 말이니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서울에서 해야 할 일정 중간에 시간이 남아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두 번째 방문이다. 잠실나루역에서 내려 20분 정도 걸어가면 병원 동관이 나온다. 역 1번 출구에서 조금 걸어가면 병원으로 가는 순환버스가 있는데, 10분마다 운영된다고 하니 버스를 타고 좋을 것 같다. 나는 눈앞에서 버스를 놓쳤기 때문에 그냥 걸어가기로 한다. 산책로 비슷한 길이 나오는데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들이 이동한다. 무리에 섞여 같이 걸어가 본다. 산책하는 느낌으로 걸어가면 풀냄새가 꽤 나쁘지 않게 느껴진다. 아마 오늘 결과가 좋게 나와서일지도 모르겠다. 날파리들이 내 시야를 가려 얼굴 앞에 손짓을 해야 하는 5월의 교량을 건너면 병원에 거의 다 왔다는 뜻이 된다. 보호자가 아니라면 후문으로 가지 말고, 정문으로 들어갈 것. 두 번째 방문이라고 벌써 팁이 하나 생겼다. 우연찮게도 이번 또한 아빠를 보고 갈 수는 없다. (두 번째) 조직 검사 후 4시간은 그대로 누워있어야 해서 1층으로의 외출이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의사의 진단과 항암 치료방법은 다 결정됐지만, 보험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조직 검사가 필요하다고 한다. 무엇을 위한 검사일지. 조직 검사의 부작용이 아빠에게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