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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동자 Jun 08. 2022

5월 30일 ~ 6월 5일

22주

도서관 책

5월 30일. 월요일


도서관에서 빌렸던 책을 다 반납했다.

대부분 다 읽지 못했지만 반납기한이 오늘 까지라서다.

요즘 들어 이런 일들이 잦아졌다.


도서괸에서 대출한도를 꽉 채워서 빌리기는 하는데

대부분의 책을 기한 내에 읽지 못하고 그냥 반납한다.

그러다가 못 읽은 책에 대한 아쉬움으로

다시 빌리고 또 못 읽고 반납하고

다시 빌리기를 반복한다.


오늘 반납한 책 대부분도 여러 번 반복해서 빌린 책들이다.

이걸 한번 더 빌려야 할까 다시 고민했다.

그러나 이제 그만하는 게 맞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꼭 읽어야 하고 정말 읽고 싶은 책이라면 이미 다 읽었을 거다.

그리 급하지고 간절하지도 않으니까 여태 안 읽고

빌려서 그저 책장 한 구석에 처박아 놓았을 거다.


나는 책을 진짜 읽으려고 대출하는 게 아니라  

그냥 책을 빌려 가지고 있는 게 좋았던 건 아닐까?

마치 책을 가지고 있으면 읽은 것처럼 착각을 하는 거 아닐까?





맛집

5월 31일. 화요일


내가 좋아하던 우동집에 갔다.

마지막으로 간 게 3년 정도 돼서 정말 가고 싶었던 곳이다.

지난겨울부터 그 뜨끈한 국물과 탱탱한 면발이 너무 그리웠다.


그런데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평일인데도 대기까지 해가며 먹은 우동 맛은

솔직히 평균 이상이었다.


하지만 그건 그냥 보통의 평범한 우동과 비교했을 때고

내 기억 속의 그 맛은 아니었다.

국물도 미지근하고 면발은 너무 가늘고 탄력도 없었다.


한동안 못 가서 내가 그 맛을 잊은 건지

아니면 내 기억이 왜곡된 건지는 모르겠다.

혹은, 진짜 우동맛이 변한 걸 수도 있다.


이유가 뭐든 중요한 건

내가 그리워하던 그 우동은 이제 없다는 거다.




투표의 자유

6월 1일. 수요일


오늘은 휴일이다.  

지방선거 투표일이기 때문이다.


전에는 주로 사람이 몰리지 않는 사전투표일에 갔는데

이번엔 아들만 투표하러 갔다.


나는 그냥 투표하지 않을 권리를 행사했다.

그것도 의견 표시라고 생각한다.

비겁한 변명이라도 어쩔 수 없다.


최선이 아니라도 차악을 뽑으라는 말도 있지만

이젠 그런 식의 투표 지겹다.




밤샘 뜨개질

6월 2일. 목요일

  

어젯밤을 꼴딱 세웠다.

어제 좀 늦게 일어나서 잠이 쉽게 오지 않은 탓도 있지만

솔직히 잠을 못 잘 정도는 아니었다.


문제는 초저녁부터 시작한 뜨개질 때문이었다.

평소에 들고 다닐 수 있는 미니 크로스백을 뜨려고 바늘을 잡은 건데

한 번 시작하니 멈출 수가 없었다.


그동안 여름 전에 작은 가방 하나  떠야지 하고 마음만 먹었는데

며칠 전 잡화 매장에서 잔뜩 걸리 코바늘 가방들을 보고 자극을 받은 모양이다.


결국 밤을 새워서 원하던 가방을 거의 완성했다.

아직 가방 끈을 떠서 달아야 하지만 예상보다 훨씬

꽤나 근사하다.


그동안 나이 들어 밤샘을 하기 힘들다고 말했는데

그건 핑계인 것 같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아무리 힘들어도 밤샘을 하게 된다.


뭐 대단한 것도 아니고 겨우 뜨개질하느라 밤샘한 게 좀 우습고

솔직히 많이 피곤하지만 오래간만에 좀 뿌듯하다.




상추 잔혹사

6월 3일. 금요일


베란다 화분에 심었던 상추를 모두 뽑아버렸다.

올해도 상추농사는 실패다.

벌써 3년째다.


상추를 씨앗부터 심는 것도 아니고 모종을 심어 키워도 매번 실패다.

이번에는 상추가 너무 안 자라 비료를 주었더니 눈에 띄게 쑥쑥 컸다.  

한 1주일,  상추 크는 거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런데 오늘 보니 상추 잎에 갑자기 하얀 가루 같은 게 잔뜩 묻어 있다.

먼지가 묻었나 해서 손으로 털어 보았으나 얼룩 같아 보여서 자료를 찾아보았다.

상추 흰가루병인 것 같은데, 일종의 곰팡이로 결국 상추 전체로 퍼져 죽는다고 한다.


혹시 옆의 허브로 번질까 봐 서둘러 상추를 뽑아 버리는데

작은 잎 부분과는 다르게 상추가 제법 흙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걸 보니 마음이 더욱 쓰리고 속상하다.


나는 정말 상추와는 인연이 없나 보다.

내년부터는 애꿎은 상추 죽이지 말고 이만 상추 기르기는 포기해야겠다.

그 편이 내 정신 건강에나 가여운 상추에게나 더 나을 듯하다.




마사지 기계

6월 4일. 토요일


TV 속 수많은 안마의자 광고를 보면  참 이상했다.

광고 속 수천만 원에 달하는 안마의자를 왜 사는지는 더욱 이해가 안 갔다. 


나는 안마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동남아 여행 가서도 남들은 일부러 찾아간다는 마사지를 안 받는다.

당연히 안마의자도 안마 기계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내가 마트에 가서 우연히 세일하는 마사지 기계를 보고 충동구매를 해 버렸다.

무슨 생각에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질러 버렸다.

세일도 많이 하고 미니 사이즈라 가격도 저렴해서 그랬던 것 같다.


자주 붓는 다리와 발바닥에 마사지를 해보니 너무 시원하다.

평소에는 손으로 누르고 주물렀는데 이 마사지 기계를 쓰면 너무 편리할 것 같다. 

안마 의자든 기계든 다 쓰임새가 있는 게 분명한 거다.

내가 안 쓴다고 쓸모없다고 매도할 문제는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나도 언젠가 광고하는 그 안마의자를 사고 싶은 날이 올까?




[영화] 그을린 사랑

6월 5일. 일요일


맥주 한잔 하면서 영화를 봤다.

사실은 영화보다 새로 주문한 노가리를 안주로 먹고 싶어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귀여운 꼬마들이 나오는 잔잔한 영화를 보고

문득 지난번에 1/3 쯤 보다가 그만둔 <그을린 사랑>을 이어서  보았다.


엄마의 유언을 따라 아버지와 오빠를 찾아 나선 쌍둥이 남매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드러나는 엄마의 과거 속 진실이 중요한 영화다.

밝혀진 남매의 아버지도 충격적인데

죽은 엄마가 찾아 헤매던 아들이자 쌍둥이의 형이자 오빠가 누구인지 드러난 순간

너무 놀라서 연신 어머어머만 연발했다.

주인공 나왈의 삶이 너무 참담해서 눈물만 나왔다.


잔인한 장면들을 적나라하게 묘사하지 않고도 

이 끔찍한 내용을 영화 속에 충분히 무겁게 담아낸 감독의 연출이 놀라웠다.

감독에 대한 지식 없이 그냥 봤는데 최근에 <듄>을 발표한 유명 감독이다.


절대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한 번쯤 보면 좋을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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