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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동자 Jun 01. 2022

5월 23일 ~ 5월 29일

21주

김치 사발면

5월 23일. 월요일


저녁식사용으로 신제품 만두를 구웠는데 생각보다 양이 너무 적다.

그래서 급하게 컵라면을 찾아보니 똑 떨어지고 없다.

아쉬운 대로 컵 쌀국수를 데워 먹었는데 맛이 너무 없다.


라면을 자주 먹는 편은 아니지만 종류별로 사서 쟁여놓고

새로운 라면이 나오면 꼭 먹어 보는 편이다.

우리 집에서 라면은 꽤 편리한 국수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라면도 그러니 컵라면은 더욱 먹을 일이 없다.

솔직히 컵라면이 끓여 먹는 라면보다 맛있는 경우도 드물어서

컵라면은 거의 사지도 않는다.


그런데 유일하게 내가 좋아하고 집에 떨어지지 않게 사놓는 것이

김치 사발면이다.

김치 들어간 컵라면이 나올 때마다 사 먹어 봤지만

많지도 적지도 않은 양부터, 질리지 않는 맛까지 이만한 게 없다.


내가 컵라면을 처음 먹은 게 사발면과 김치 사발면인데

그 이후 수십 년 동안 내 최애 라면이 되었다.

그런 김치 사발면이 없으니 집에 있는 그 많은 라면들이 다 소용없고,   

없다고 생각하니 더 먹고 싶어 진다.


저녁 먹고 나가서 얼른 김치 사발면 한 팩 사서 챙겨두어야겠다.




머시룸 버거

5월 24일. 화요일


오늘 냉장고 야채칸을 정리하다가 숨어있는 표고버섯 한 팩을 발견했다.

세일이라고 사놨다가 잊고 있었나 보다.

오래돼서 시들시들한 이 버섯으로 무얼 할까 고민 끝에  햄버거용 버섯 패티를 만들었다.

그냥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을 끌어모아 대충 만들었는데도 제법 맛있다.


버섯 패티를 만들고 나니 쉑쉑 버거의 머시룸 버거 생각이 난다.

누가 나에게 뉴욕에서 가장 맛있었던 음식이 뭐냐고 묻는다면

지체 없이 쉑쉑 버거의 머시룸 버거라고 할 정도다.


고기 패티가 들어간 햄버거를 못 먹는 나에게 머시룸 버거 맛은 신세계였다.

내일 아침에는 내가 만든 버섯 패티를 넣고 햄버거를 만들어야겠다.

혹시 누가 알아?  

쉑쉑의 머시룸 버거 맛이 날지?





결석

5월 25일. 수요일


아들이 아침 수업에 결석을 했다.

이유는 늦잠을 자서다.


나도 늦잠을 자서 깨우지 못했다.

분명히 아침에 일어나서 아들을 깨워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다시 눈을 뜨니 이미 늦은 시간이다.

깜박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전에도 내가 못 일어나 아들을 깨우지 못한 적이 있었지만

그럴 때는 아들이 혼자서 일어나 학교에 갔다.

그런데 오늘은 아들마저 늦잠을 잔 것이다.


못 깨워 준 나도 조금 미안했지만

다 큰 성인인 아들이 본인 일을 제대로 못한 것이라

잔소리할 만한 일이다.


대학 강의는 종종 결석들을 많아 하지만

아들은 한 번도 결석한 적이 없다.

내 대학 시절을 돌아봐도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

그냥 웃으며 한 마디 했다.


"니가 처음으로 결석을 했네?"


사람이 한 번쯤 이럴 때도 있지 싶다.



메밀국수

5월 26일. 목요일


오늘 저녁은 메밀국수를 먹었다.

소위 말하는 판 메밀국수다.


메밀국수를 삶아 시원한 쯔유 국물에 담갔다가 건져 먹는

대표적인 여름 음식이다.

장 보러 마트에 갔다가 마침 세일하길래 사 온 것이다.

냉장고에 있던 무를 갈아 뚝딱 만들 수 있었다.


작년 여름에 먹고 거의 1년 만인 것 같다.

판 메밀을 먹기 시작한 걸 보니 확실히 날이 덥긴 더운가 보다.

이상하게 냉면은 여름, 겨울 할 것 없이 먹는데

이 냉메밀 국수는 여름에만 생각난다.


이제 겨우 5월, 아직 6월도 안됐는데

벌써부터 뜨거운 국물 요리보다

차가운 음식을 찾게 된다.


이미 한낮 기온이 27-8도를 오르내린다.

거의 매년 역대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고 있는데

올여름은 과연 얼마나 더울지 슬슬 걱정이 앞선다.





영화관 팝콘

5월 27일. 금요일


올해 들어 처음으로 영화관에 갔다.

연초에는 오미크론이 심해서 조심스럽기도 하고

솔직히 볼 만한 영화도 없었다.


오랜만에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본 것도 좋았지만

영화를 보면서 팝콘과 콜라를 먹은 게 더 기억에 남는다.

코로나 이후 거의 3년 만인 것 같다.


아주 드물었지만 1년에 한두 번이라도 영화관에는 갔는데

음식물 취식이 금지라 한동안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영화관에서 팝콘과 콜라가 국 룰이라는 것을...


팝콘과 콜라를 먹으며 사람들이 꽤나 들어찬

영화관에 앉아 있자니

영화관 팝콘이 새삼스럽게 더 맛있게 느껴진다.




골뱅이 무침

5월 28일. 토요일


주말이면 항상 치맥을 먹는 게 우리 집 주말 루틴이다.

오늘도 치킨에 맥주는 필수고

독특하게 골뱅이 무침을 추가했다.

골뱅이에는 소면이 일반적이지만

오늘은 소면 대신 비빔면을 곁들였다.


치킨에 골뱅이는 별로 안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생각했는데

기름진 치킨에 매콤 새콤한 골뱅이와 비빔면은 최고였다.


원래 계획에 있던 건 아니고

오후에 부엌장을 정리하다 우연히 골뱅이 한 캔을 발견한 덕분이다.

꽤 오래전에 사놓은 모양인데 구석에 박혀 있어 몰랐던 것 같다.


오래된 옷 주머니에서 공돈을 발견하는 기분이랄까!

생각지도 못한 골뱅이 통조림을 보니

갑자기 골뱅이 무침이 급 당겨서 해먹은 건데

솔직히 오늘의 주인공은 골뱅이였다.


그저 부엌장 한편에 굴러다니던

통조림 한 통에 입도 기분도 참 좋은 토요일 저녁이다.

역시 사람은 정리정돈을 잘하고 살아야 한다.




국뽕

5월 29일. 일요일


오늘 눈을 떠 보니 칸느 영화제에서 우리나라 배우와 감독의

수상 소식이 들려왔다. 


아직 영화를 보지도 못했고 내가 좋아하는 배우나 감독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무조건 기쁘다.

말로만이 아니라 진짜 우리나라 문화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 같아 소위 국뽕이 차 오른다.


시상식 영상을 보려고 유튜브에 들어가니  

어느새 관련 유튜버 영상들이 잔뜩 올라와 있다.

그런데 정작 내가 찾는 시상식 영상은 별로 없고

대한민국의 문화적 위대함을 찬양하는 과장된 영상들이 대부분이다.


언젠가부터 유튜브에 한국을 찬양하는 국뽕 채널들이 부쩍 늘었다.

한국의 아름다움이나 좋은 점을 칭찬하고 널리 알리는 거야 누가 뭐라고 하겠나?


그런데 그게 도가 지나쳐 

한국이 너무 대단해서 외국인들이 소스라치게 놀라고 울며불며 매달리고 있다는 식으로 과장한다.

이를 위해 일부 국가를 비하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처음에는 나도 그런 영상들을 뿌듯한 마음으로 보기도 했는데

이제는 제목만 봐도 눈살이 찌푸려진다.


나라사랑도 지나치면 병,

팩트만, 남을 비하하지 말고 정도껏 하자.

근데 이런 게 정말 나라사랑이 맞기는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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